한국 선수단의 2012 런던 올림픽 목표는 ‘10-10’(10개 이상의 금메달로 종합 순위 10위 이내 진입)이었다. 대회 초반 슬로 스타트에 허덕이면서 메달 레이스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5일 진종오(KT)가 사격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10번째 금메달을 채웠다. 12일 폐막하는 런던 올림픽의 후반전에 들어간 가운데 태극 전사들이 역대 최다 금메달을 캐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2008 베이징 대회 때의 금 13개(은 10, 동 8개)가 역대 올림픽에서 획득한 최다 기록이었다. 1988년 서울과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나란히 금 12개를 수확한 게 그 다음이었다. 최고 순위는 서울 대회에서의 4위.
런던에서는 효자 종목 지형도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 종목인 복싱과 역도는 세태가 달라지면서 여전히 침체에 허덕였다. 물론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던 양궁은 주위의 심한 견제에도 금메달 4개 가운데 3개를 휩쓸며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유도 역시 여전히 금맥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사격 김장미, 유도 송대남, 펜싱 김지연 등 예상하지 못한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면서 깜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예전에는 경비 문제와 가망이 작다는 이유 등으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전력 향상에 필수인 해외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다 국제선 항공기에 오르더라도 최소한의 핵심 선수만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SK, KT, 한화 등 대기업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 속에 전례 없는 장기 해외 훈련에 수시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누구나 메달을 노릴 실력을 갖췄다. 올림픽 출전 자격도 무더기로 확보할 수 있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우승은 이런 토양 속에서 고르게 칼날을 갈았던 효과였다. 사격 역시 1990년대에는 경비가 많이 들어가는 화약총 대신에 실탄 값이 5분의 1 정도인 공기총이 대세를 이뤘으나 이런 제약은 이젠 옛말이 됐다. KT 감독 시절 진종오를 가르쳤던 김진희 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은 “실탄 사격장이 전국적으로 나주, 대구, 임실 등까지 많이 생기면서 저변이 확대됐다. 공기총과 화약총 등을 두루 접하게 된 것도 기록 향상에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이 부쩍 줄어들었다. 그만큼 2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세계 정상의 독보적인 기량을 지니게 됐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울리게 할 종목은 즐비하다.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에는 4명이 출전해 3개(차동민 이대훈 황경선)까지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우생순’으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여자 핸드볼과 올림픽 사상 첫 4강에 오른 축구 역시 돌풍을 일으킬 태세다. 베일에 가려 있던 종목과 선수에서 뜻밖의 낭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금메달 환호로 열대야를 씻는 날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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