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만났다. 올림픽 축구 본선 3, 4위 결정전이다. 한국 축구로서는 사상 첫 메달 획득의 꿈이 걸린 한판인데 상대가 일본이라 얄궂게 됐다. 8일 런던 올림픽 축구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브라질에 0-3으로, 일본은 멕시코에 1-3으로 패해 두 팀 모두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제 숙명의 라이벌이 동메달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벌여야 한다. 태극 전사들에게는 병역 혜택이 걸려 있는 인생의 중요한 한판이기도 하다.
올림픽 본선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한일전이다. 한국과 일본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 동반 출전한 건 그동안 다섯 차례가 있었다. 하지만 마주친 적은 없다.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같은 대륙의 국가는 서로 다른 조에 속해 만나기가 쉽지 않다. 16개국이 출전해 4개조로 나뉜 이번 올림픽에서도 B조에 속한 한국과 D조의 일본은 함께 4강에 오르지 않는 한 만날 일이 없었다. 두 팀은 나란히 4강 진출을 이뤄냈고 운명처럼 만났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은 올림픽 대표팀끼리 12번을 붙었다. 서로 4번을 이기고 4번을 졌다. 4번은 무승부였다. 2004년 이후 최근 5경기에서는 한국이 3무 2패로 밀린다.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는 무승부가 없다. 이번에 이기면 올림픽 첫 메달과 함께 역대 맞대결 전적에서도 일본에 우위를 점한다. 일본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메달을 딴 적이 있다. ▼ 홍명보 감독 “日, 우리가 잘 알고 있다” ▼ “日에 지면 4강 의미없어” 선수들 필승 각오 다져
태극 전사들은 3, 4위 결정전보다도 한일전이라는 게 신경이 더 쓰인다. 일본에 지면 그 영향이 머리와 가슴속에 오래 남는다.
기성용(셀틱)은 “일본에 져버리면 4강까지 올라온 게 의미가 없다”고 얘기할 정도다. 기성용은 “부담이 크다. 한일전에서는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나. 결승에는 못 올라갔지만 일본한테 이긴다면 금메달을 딴 것처럼 기쁠 것 같다”며 결연한 각오를 보였다.
주장을 맡고 있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도 동료들에게 단단한 정신 무장을 당부했다. 그는 “한일전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경기다. 지금 아무리 말로 해봐야 표현이 안 된다. 각오를 강하게 다져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했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홍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에는) 일본 리그에서 뛰는, 경험 있는 선수가 많이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좋은 마무리를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8명의 올림픽 대표팀 선수 중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정우영(교토상가)이 J리그에서 뛰고 있다. ‘포스트 박지성’ 김보경은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 리그) 카디프시티로의 이적이 확정되기 전까지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소속이었다. 중국 리그 광저우 헝다로 옮긴 김영권도 지난달까지 J리그의 오미야 아르디자 유니폼을 입었다. 컨디션 난조로 브라질과의 4강전 때 선발 출전자 명단에서 제외됐던 박주영(아스널)의 활약 여부도 일본전의 승패를 가를 열쇠 중 하나다. 박주영은 엔트리 18명 중 올림픽 대표팀 간의 한일전에서 유일하게 골을 넣어본 선수다.
한국-일본의 3, 4위 결정전은 11일 오전 3시 45분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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