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경기에 인생이 걸려 있는 겁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절박한 심정이 될 거예요. 꼭 이길 겁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스타 이승엽(삼성). 그는 8일 한국 축구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과의 3, 4위전을 통해 사상 첫 동메달을 노리게 됐다는 소식에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떠올렸다. 2000 시드니 올림픽 때의 일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야구 3, 4위전을 치렀다. 이승엽이 시드니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남긴 성적은 28타수 5안타로 타율은 0.179에 불과했다. 홈런은 1개에 그쳤다. 하지만 영양가 최고였다. 이승엽은 일본과 동메달을 다투던 3, 4위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말 1사 2, 3루에서 일본 최고의 투수라던 마쓰자카를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한국은 3-1로 이겨 올림픽 첫 야구 메달을 땄다. 이승엽이 기록했던 유일한 홈런 역시 일본과의 예선리그에서 마쓰자카에게 뽑아낸 것이었다.
‘한일전의 사나이’라는 찬사를 들은 이승엽은 “12년 전 기억은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한다. 일본에 지면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이승엽의 결정적인 활약 속에 한국 야구 대표팀에서 손민한, 이승호, 장성호, 정수근, 정대현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이승엽은 자신처럼 강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칠 한국 축구 대표 선수들이 일본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을 만큼 감정 기복이 적고 생활 태도에도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동선수들이 병역 문제를 의식하는 건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단 모두가 협력하고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구장에서 이승엽과 같은 일본 킬러는 과연 누가 될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