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우는 새내기 변호사

지난달 중순 로스쿨생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취업 게시판에는 모 법무법인을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로스쿨 1기생은 “W법무법인에서 취직이 됐다며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하더니 갑자기 ‘입사가 무기한 연기됐으니 일단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이유도 ‘갑자기 내부사정이 생겼다’는 게 전부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로스쿨 1기 출신 변호사 시험 합격생 1451명의 배출과 함께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신참 변호사들이 기업이나 법무법인(로펌)과의 고용계약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는 정해져 있는데 공급이 늘면서 변호사들이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고용계약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새내기 변호사들은 워낙 고용시장이 안 좋은 상태여서 명색이 변호사이면서도 제대로 항변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최근 C커피전문점의 사내 변호사로 취직한 A 변호사는 고용계약 직후 “연봉을 낮추자”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였지만 회사는 이후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계약을 파기했다. 위약금조차 받지 못한 A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까도 생각했지만 소문이 나면 불이익이 있을까 봐 마음을 접었다. 올해 로스쿨 1기로 변호사가 된 정모 씨(28)는 “변호사 업계가 평판을 중시하다 보니 불이익을 당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항의를 못하니 더 함부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3년 전 금융 정보기술(IT) 업체인 K사에 정규직으로 취직한 B 변호사는 사측에서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일단 2년간 계약직으로 하자”는 말을 들었다.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인 뒤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에 투입돼 일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자 회사는 재계약을 거부했다. B 변호사의 동료는 “전형적인 비정규직 대접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41기 법조인은 1030명으로 로스쿨 졸업생까지 합치면 2481명이 변호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해 업무를 시작한 변호사는 1376명으로 판검사로 임용된 190명과 군법무관이나 공익법무관으로 임관한 285명, 재판보조연구원인 로클러크(law clerk)에 선발된 100명을 제외하더라도 아직 530명이 미취업 상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로 등록했다고 취업이 됐다는 건 아니어서 미취업 변호사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사내변호사회 백승재 회장(43)은 “기업 측이 상대적 약자인 새내기 변호사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변호사들도 부당한 대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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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