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회장 법정구속]김승연 한화회장 징역4년 법정구속… 총수 배려 관행 3·5공식 깨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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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혐의 1심 벌금51억 선고

대기업 총수가 죄를 짓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던 ‘공식’이 깨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서경환)는 16일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로 불구속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이 김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함에 따라 그동안 대기업그룹 총수의 범죄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오던 사법부의 관행이 깨졌다. 이 판결은 ‘경제민주화 논쟁’과 함께 대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난하는 여론 속에 나온 것으로, 향후 법원의 대기업 총수 재판에 준거(準據)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김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위장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계열사 보유 주식을 누나(김영혜 전 제일화재해상보험 이사회 의장)에게 싸게 양도해 각각 2833억 원, 141억 원의 손해를 끼쳤으며 차명 주식거래로 15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며 김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김 회장은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한화그룹은 그를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보고 및 지휘체계를 이루고 있어 믿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경영기획실 홍동옥 팀장의 단독 결정이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로 재판부가 인용한 한화그룹의 내부 문서에는 ‘CM(Chairman의 약자로 김 회장을 지칭)은 신의 경지이고 절대적 충성 대상이며 본부조직은 CM의 보좌기구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팀장으로 근무하며 김 회장의 지시를 이행한 혐의로 기소된 홍동옥 여천NCC 대표이사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0억 원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김관수 대표이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모두 법정 구속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영상의 판단이라든지 성공한 구조조정이라는 주장이 모두 배척돼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상당하다”며 “항소를 통해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달 16일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시기에 예기치 않은 난관을 만나 초조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장인 서경환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경영 공백이나 경영발전 기여 공로 등은 집행유예 선고를 위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앞으로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한화#김승연#징역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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