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무장 목선 타고 연평도 포격부대 ‘파격 시찰’… 南에 ‘先軍정치 변화? 꿈 깨라’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주도한 군부대를 방문했다. 남한 정부에 대한 김정은의 강경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징후를 선군(先軍)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로 착각하지 말라’는 대남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북한 측 서해 최남단 섬들인 장재도와 무도의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무도 방어대는 연평도 사건 당시 공격을 주도했던 부대 중 하나다. 이 통신은 “이른 아침식사도 번지신(거른) 최고사령관(김정은)이 27마력의 작은 목선을 타고 풍랑을 헤치며 기별도 없이 방어대에 도착했다”며 “사생결단의 의지를 안고 시찰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채널A 영상]김정은 서해 시찰 모습

19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장면을 보면 김정은은 별다른 호위 병력 없이 최측근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연평도 사건의 주역인 김영철 정찰총국장, 목선 운전병 등 10여 명만을 대동한 채 비무장 목선을 타고 섬 부대로 이동했다.

▼ “11월 배급중단” 불안 커지자… 金 ‘목선 이벤트’로 결속 노린듯 ▼

‘ㅁ-동-82531’이란 번호가 적힌 이 목선은 작고 낡은 어선으로 보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일반 병사들이 목선을 자주 이용하는데, 김정은이 목선을 탄 것을 본 일반 병사들은 ‘최고지도자가 우리의 실상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친밀감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9일 김정은이 목선을 타고 간 장면을 언급하며 “위대한 인간, 강철의 인간의 가슴속에 끓고 있는 조국에 대한 사랑, 병사에 대한 사랑, 원수격멸의 용맹한 정신세계가 가슴을 쳐서 눈시울이 젖어든다”고 칭송했다.

김정은은 작심한 듯 대남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김정은은 무도 방어대 감시소에 올라 연평도를 바라보며 “우리의 자주권이 행사되는 지역에 단 한 발의 포탄이 떨어져도 지체 없이 섬멸적인 반(反)타격을 가함으로써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어 “적들이 우리 영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서남전선의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말고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어가라”며 “침략자들이 전쟁을 강요한다면 서해를 적들의 최후무덤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다.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는 “한 명의 (북한)군인도 상하지 않고 적들에게 백두산혁명강군의 총대 맛을 보여줬다”고 주장하며 무도 방어대에 ‘영웅방어대’ 칭호를 수여했다.

김정은의 군부대 목선 시찰에 대해 군 고위 당국자는 “미키마우스가 등장한 모란봉악단 공연, 이영호 총참모장의 전격 숙청, 경제개혁 조치 등을 북한의 중대한 변화로 해석하거나 기대하는 남측을 향해 ‘선군을 앞세운 체제수호와 대남적화전략에는 변화가 없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서해지역의 북한군 동향은 심상치 않다. 북한은 지난달 백령도와 가까운 공군기지에 공격헬기 50여 대를 전진 배치했고, 서해 최전방 부대에 장사정포와 해안포 등 기습 전력을 증강 배치했다. 특수전 부대의 서해5도 기습 강점과 육상부대의 포격 훈련도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어 군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경제개혁 조치를 추진하는 북한이 20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을 계기로 대남 긴장을 부추겨 내부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경제개혁 조치의 하나로 11월 1일부터 배급제를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UFG 기간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감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UFG 연습에 불만을 품고 서해 NLL을 겨냥한 기습포격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같은 저강도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10년과 2011년 UFG 연습 직전 서해 NLL 남측 해상을 향해 해안포를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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