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과 스완지시티의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이 열린 지난 주말 런던 현지에서 만난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아들의 이적 과정에 얽혔던 또 다른 일화 한 토막을 들려줬다.
박 씨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가 아니라면 어디든지 쉽게 보내주겠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퍼거슨 감독은 결국 박지성의 QPR 이적이 확정되자 상당히 서운해 했다.
사실 맨유와 QPR 모두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가 걸려있어 박지성의 거취는 양 팀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승자는 결국 QPR. 그렇게 박지성의 투어 행선지도 중국 상하이(맨유)가 아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였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호인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이후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탓에 면담조차 못했지만 한 통의 편지로 마음을 대신했다. ‘백전노장’이 별도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건 확실한 존재감의 표시다. 요지는 이랬다.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변명이 될 수 있겠지만 난 항상 (부상이 많았던) 네 몸 상태가 걱정스러웠다. 네가 원한 만큼의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이해해줬으면 한다.”
박지성이 팀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굳힌 건 올해 4월 맨유와 에버턴전(4-4)이었다. 맨유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수비 불안으로 밸런스가 무너졌고, 막판 7분 새 연속 골을 내줘 동점으로 마무리,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수비형 윙어’의 전형인 박지성이 끝내 벤치에 머문 게 아쉬웠다. 당시 7경기 연속 결장이었다. 동료들도 그의 결장에 의아해하면서 함께 “왜 감독을 찾아가 항의하지 않느냐”고 함께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박지성도 아픔을 모두 잊었다. 어차피 스스로가 팀을 옮길 타이밍으로 봤다. 1년을 더 안주하면 전혀 이적할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다. 편히 앉아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러브 콜도 받는 한편, 직접 뛸 수 있는 팀을 찾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했다. 토트넘, 뉴캐슬(이상 잉글랜드),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 등 5개 팀들이 관심을 보였다. 결국 기회를 스스로 열어간 셈이다.
물론 맨유도 모든 걸 잃지 않았다. 박지성 이적의 대가로 기대 이상의 보상도 받았고, 리빌딩의 계기도 마련했다. QPR은 아시아투어가 너무 급해 맨유의 요구조건을 거의 들어줬다.
박 씨는 “(박)지성이의 몸이 너무 좋다. 어차피 35세를 은퇴 마지노선으로 생각한다. QPR에서 마지막 모든 걸 쏟아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