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성범죄자에 대한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월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소아기호증 남성을 대상으로 약물치료를 하라고 법원이 결정했다. 그러나 이전에도 국내에서 약물치료를 했던 사례가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2009년 10월 고등학생 A 군(당시 18세)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려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성적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엉뚱한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길 가는 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도망친 적도 있었다.
A 군의 병명은 성도착증과 충동조절장애. 입원을 하고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2010년 4월에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해 풀려나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4개월 만인 8월 다시 성추행을 저질렀다. A 군은 1년간의 보호관찰 선고를 받았다.
부모와 A 군은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를 선택했다. 요즘 거론되는 화학적 거세다. 병원은 항남성호르몬제(GnRH)를 매달 투여했다. 이 약은 원래 전립샘암이나 성조숙증 치료에 사용한다. 남성호르몬을 외부에서 수십∼수백 배 주입해 인체가 스스로 남성호르몬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원리다. 몸에 일종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이 치료를 받으면 2주 후부터 고환에 남성호르몬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다. A 군의 경우도 치료받기 전 남성호르몬 혈중농도가 mL당 6.23ng에서 퇴원 후 3개월 후에는 0.48ng으로 줄었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성욕이 없어진다.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발기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러다 보면 성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다. A 군 역시 “성욕이 줄어들고, 발기가 잘 안된다”고 호소했다. 야한 동영상을 보는 횟수도 하루 수차례에서 1개월에 1, 2회로 줄었다. 의료진은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치료 후 4주째부터는 얼굴 인상이 부드러워졌다”고 분석했다. 환자에 따라서는 목소리도 부드럽게 변한다.
항남성호르몬제 주사는 1개월 또는 3개월마다 맞는다. 1개월짜리는 14만∼21만 원, 3개월짜리는 40만∼45만 원이다. 엉덩이나 복부 지방에 놓는다. 약을 끊으면 남성호르몬이 종전처럼 분비되므로 성충동을 억제하려면 평생 투여해야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이런 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간혹 있다. 국립법무병원(옛 공주치료감호소)은 성범죄자들의 동의를 받아 치료를 한다.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성적충동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치료받고 싶다고 오는 환자가 적지 않다. 징벌적인 의미로 화학적 거세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오히려 환자들이 약물 치료를 더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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