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커플, 이사때 불편한 대형옷장 대신 드레스룸 선호
상반기 옷장 매출 10%대 ‘뚝’… 드레스룸 가구는 42∼75%↑
맞벌이 증가-주거문화 변화 탓
가을에 결혼하는 예비신부 김모 씨(30)는 전세로 얻은 아파트에 신혼 살림살이를 채워 넣느라 바쁘지만 장롱은 사지 않았다. 그 대신 방 하나를 드레스룸으로 꾸밀 생각으로 여러 가구업체에서 견적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전세 계약이 끝나면 집을 옮길 수도 있는데 그때 ‘열 자 장롱’ 같은 걸 어떻게 들고 가겠냐”며 “드레스룸 가구는 조립식이라 설치와 철거가 간편해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를 뜻하는 ‘집포족’이 늘어나면서 ‘장롱 시대’도 저물고 있다. 전셋집을 옮겨 다니는 가구가 늘어나며 혼수 가구를 고를 때 이동 편의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가구업체 한샘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옷장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비 10% 줄었다. 반면 드레스룸 가구 매출은 42% 증가했다. 옷장 수요가 드레스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군소 업체들을 포함한 전체 가구업계의 전반적인 트렌드다. G마켓에 따르면 상반기 드레스룸 가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5% 증가했다.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부부들은 안방 한 벽면을 꽉 채운 장롱을 거의 찾지 않는다”며 “‘혼수가구 1순위 열 자 장롱’ 같은 말은 옛말”이라고 말했다.
드레스룸 수요가 증가한 것은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30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살아도 상관없다’고 답변한 30대는 41.1%였다. 전세 계약 만료와 함께 이사하는 경우가 잦다 보니 혼수품을 장만할 때도 가급적 옮기기 쉬운 가구를 선호한다. 이동식 행거와 선반, 수납박스 등으로 구성된 드레스룸 가구는 조립, 분해, 이동이 쉬운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맞벌이 신혼부부 증가와 주거문화 변화 등도 장롱 기피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전용면적 60m²대 아파트가 대부분 방 3개로 설계되면서 육아나 출산을 미루는 맞벌이 부부가 침실, 서재를 꾸미고 남은 방 하나를 드레스룸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올 봄에 결혼한 장모 씨(28)는 방이 2개뿐이지만 거실을 서재처럼 꾸미고 남는 방 하나를 드레스룸으로 만들었다. 장 씨는 “출근시간이 다를 때 서로 방해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대가 가구주인 가정의 41.1%가 맞벌이였다.
업계에선 드레스룸 가구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말부터 직영전시장에 설치된 60m²형 모델하우스의 방 하나를 드레스룸으로 꾸미고 있으며, 드레스룸 가구 ‘알토’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에몬스는 최근 드레스룸 가구 ‘스타일 유’를 새롭게 선보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