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주암천 등 피해 17곳 착공까지 8개월이나 걸려
재난통계 집계도 엉터리… 실제 집행액과 2133억 차이
정부와 경남도, 산청군은 지난해 태풍 ‘무이파’로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지리산 자락의 시천천 수해복구 공사를 위해 총 315억 원의 사업비를 긴급 책정했다. 하지만 정작 공사는 장마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올해 5월에야 시작됐다. 늑장 착공으로 공사가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흙탕물 방지막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인근 주민들은 계곡이 더러워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피해를 빨리 복구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수해복구 공사 진행은 지나치게 늦어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수해지역의 복구사업 예산이 편성됐는데도 올봄이 돼서야 공사에 들어가는 등 ‘늑장 복구’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30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재해복구사업 집행실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7, 8월 수해를 당한 지역 중 전남 순천시 주암천, 경남 밀양시 양지마을, 산청군 시천천 등 총 17곳의 수해복구사업이 올 3월 이후 시작됐다. 수해를 입은 뒤 착공하는 데까지 7, 8개월이 걸린 셈이다. 소방방재청 지침대로 하면 복구계획을 확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시작하는 데 최대 6개월이면 충분한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늦어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긴급복구를 위해 투입된 예비비는 제대로 쓰이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2011년 재난복구용 예비비 집행실적이 부진해 다음 해로 이월된 규모는 총 2155억 원에 이르렀다. 국토해양부는 이 기간 도로복구비 123억 원을 배정받아 고작 29억 원을 집행했고 소방방재청은 2947억 원 중 929억 원을 쓰는 데 그쳤다.
특히 소방방재청이 매년 발행하는 재난통계인 ‘재해연보’는 집계가 엉망인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연보에는 총 재해복구액이 7295억 원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재해복구액은 9428억 원으로 2133억 원이나 차이가 났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최종 승인 받은 예산이 아니라 각 부처가 신청한 예산금액을 연보에 올리다 보니 이러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수해복구 관리를 엄격히 하기 위해선 자연재해대책법을 개정해 재해복구사업 추진 현황 및 예산집행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매년 작성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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