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임창정 “'공모자들‘, 기존의 임창정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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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7일 07시 00분


영화 ‘공모자들’에서 잔혹한 장기매매 세계에 발을 다시 들인 배우 임창정.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영화 ‘공모자들’에서 잔혹한 장기매매 세계에 발을 다시 들인 배우 임창정.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한 여자가 선상에서 사라졌다. 그의 남편은 그 여자를 찾으러 배를 샅샅이 뒤진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그 남자에게 눈길 하나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로지 그의 부인을 봤다는 한 여성밖에는… 결국 그의 아내는 속이 텅 빈 시체로 발견됐다. 악인은 몇 명일까?

영화 ‘공모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중 하나이다. ‘악인’을 정의하는 선은 정확히 어디까지 인가.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인가, 그 모습을 보고도 방관하는 자들까지인가.

중국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불법 장기매매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공모자들’의 주연배우 임창정을 만났다. 임창정은 이번 작품에서 장기매매 최고의 실력자인 영규 역을 맡아 진지하고 날카로운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임창정과의 인터뷰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그는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게 했고 영화에 대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설명하고 답했다.

<이하는 일문일답>

-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 제작발표회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기분은 어떤가.

“영화를 찍은 지 5개월이 지났다. 지금 생각해봐도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진짜 좋은 날이 왔다. 시간과 날씨에 싸우고, 배우로서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해서 굉장히 좋다.”

- 배우로서 해보지 않았던 경험은 뭔가.

“아무래도 그동안 코믹물을 많이 해왔으니까 늘 웃겨야 했는데 이번 감독님은 ‘1분, 1초도 웃기면 안 된다’고 했다. 기존 ‘임창정’ 캐릭터가 나오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더라.”

- 그럼, 예전부터 스릴러를 좋아했나.

“좋아했다. 언젠간 한번 찍어보고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웃겼던 배우에게 누가 진지한 역할을 주겠나. 그래서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감독님으로선, 어마어마한 모험을 하게 된 경우니까. 사실 크랭크인 되는 날까지 초조했다. 내가 빠질 수 있겠다 싶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 ‘영규’라는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인가?

“‘영규’는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까 피를 보는 걸 즐거워하고 이런 게 아니다. 단지 그 업계 사람들 사이에선 인정받는 사람일 뿐. 그도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그 사회 틀 안에 갇혀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 ‘공모자들’은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나.

“그냥 이야기가 좋았다. 사실 우리 영화가 불법 장기매매의 현실을 고발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런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심만 주자고 말했다. 가장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도대체 ‘공모자들’은 누구인가 였다. 도대체 선과 악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어떤 뉴스를 봤는데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피해자를 방관한 채 그냥 지나간 것이 CCTV에 찍혔고 그걸 본 누리꾼들이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직접적으로 죽이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공모자들’이자 ‘살인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뉴스들을 많이 접하면서 악행의 경계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 ‘장기매매’라는 특이한 소재 때문에 기대심이 높을 텐데 걱정은 안 되나.

“그게 걱정이다. 관객들이 기대심리가 있을 것 같은 데 원했던 게 아니라 실망할까봐 걱정이 된다. 그런데 (오)달수 형님은 그렇게 생각안하더라. ‘우리 영화는 충분히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무언가가 있으니 걱정마라’고 하더라. 우리 영화는 소재 외에도 연기력, 탄탄한 시나리오 등 볼거리가 많다.”
배우 임창정.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배우 임창정.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 실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있나.

“영화 자체가 한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6년 전 중국에서 크게 뉴스가 터진 사건이다. 신혼부부가 중국에 도착했는데 남편이 택시로 짐을 옮기려 하는 순간, 택시가 아내를 태운 채 사라졌다. 중국에서 남편이 3개월 동안 부인을 찾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비자가 만료돼 한국으로 돌아왔고, 후에 아내 시체를 찾았는데 속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요즘은 양심이 있는 건지, 약을 올리는 건지 몸속에 주민등록증과 장례비를 넣어서 보낸다고 한다. 신원확인하고 장례를 치르라고… 허 참. 그건 사람이 할 짓도 아니고 그들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 영화에서, 자동차 액션 등 위험한 장면이 많았다. 갈비뼈도 부러졌다고…

“갈비뼈가 부러져도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역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 상황이 안됐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촬영을 다하고 부상 이야기를 했다.”

- 배우도 사람인데, 화는 안 나던가.

“그 상황이 화가 나기보단, 빨리 끝내주면 주면 좋은데 감독님이 너무 이기적이다. 자기가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촬영한다. 밥도 안 준다. 악마다. 악마… (웃음) 그 날 안에 영화 촬영이 안 끝날 것 같으면 배우들 스케줄 변경도 시키고… 촬영하러 중국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 크랭크업 할 때 기분은 어땠나.

“시원했다. ‘섭섭’은 빼고…(웃음). 마치 형량을 마치고 출소하는 기분이랄까? 4개월 동안 그 추운 겨울에 바다에서 촬영했다. 어느 날은 내가 피를 붙이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스태프들끼리 작은 분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피 붙인 채 한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결국 내가 ‘애들아 촬영은 하고 싸워라’고 말하니 그들도 갑자기 정신이 난 듯 ‘네, 선배님. 촬영 하시죠’라며 촬영에 들어갔다. 그 때를 생각하면 재밌고 그 시간을 견뎠다는 게 행복하다.”

- 그럼 ‘악마’ 김홍신 감독과 다시 일할 생각은 있는지?

“언젠간 만나게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감독님이 ‘형님, 저랑 또 하셔야죠?’라고 물었는데 ‘내가 미쳤냐?’고 했다. 친하니까 ‘악마, 악마’하고 하는 거다.”

-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은 어땠나?

“매우 좋았다. 무엇보다도 우리 배우들이 지금 대세다. 천만관객을 이끈 오달수 형님, 국민드라마 ‘넝굴당’의 조윤희, ‘유령’에서 연기 변신한 최다니엘. 야~어떻게 이런 대세를 이끄는 배우들이 한꺼번에 모이게 됐는지… 좋은 기운에 함께 따라가는 기분이다.”

- 영화를 찍고 난 후 음악 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싱글 앨범을 낼 예정이다. 하지만 순위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다. 내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한 앨범이 될 것 같고 소소한 콘서트를 할까 생각중이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내 팬들은 ‘공모자들’보려면 한 사람당 10명씩, 음악은 무조건 무한 다운로드를 해야한다. (웃음).”

- 이제 아이 셋을 가진 가장이다. 결혼 후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좀 악랄해진다. 오기가 생기고… 예전부터 부모님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내 아이가 생기니 마음가짐이 더 달라진다. 내 아이들이 부유하게 살진 못하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돼줘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한참 자랄 때라 먹는 것도 잘 먹고 집 안도 이라크 전쟁터보다 더 험하다. 부인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 이렇게 말을 들으니, 감사함과 즐거움이 느껴진다.

“요즘 일터에 나가는 게 재밌다. 내 행복이다. 누구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지 않나. 이 직업이라는 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 누군가 나를 선택해서 써준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가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도 내 작품 자랑하려고 하는 건데 얼마나 신나나. 재밌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바라는 관람 포인트는?

“이 영화를 보고 세상이 삭막하다고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 사건은 세상의 정말 일부다. 세상은 아직 밝다고 생각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ㅣ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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