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가산 이효석 선생(1907∼1942)이 1936년 발표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다. 그로부터 76년이 지난 지금도 선생의 고향이자 소설의 배경인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소금을 뿌린 듯 메밀꽃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메밀은 강원도에서 안착할 수 있었고, 특히 소설의 배경이 되면서 평창군 일대가 ‘메밀의 메카’로 불리고 있다. 가을철 수확을 앞두고 있는 메밀은 다양한 음식 재료로 활용돼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영양 가치가 알려지면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메밀 제철을 맞아 7∼16일 봉평면 메밀꽃밭에서 효석문화제가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전북 고창, 경남 하동, 전남 장흥 등에서 메밀꽃 축제가 이어진다.
○ ‘전국구’ 별미로 자리 잡은 메밀
메밀로 만든 음식은 막국수 냉면 전 국수 전병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대표 음식으로는 막국수가 꼽힌다. 주로 강원도 지역에서 부족한 쌀 대신 허기를 달래던 구황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사계절 건강식으로 자리 잡았다. 메밀 특유의 구수함과 담백함이 스며든 면에 양념을 곁들이고 동치미 국물이나 육수를 적당히 부어 먹는다. 메밀의 다소 거친 식감과 향이 목구멍을 자극하는데 막국수 마니아들은 이 맛이 막국수의 참맛이라고 말한다. 면에 편육 한 점을 얹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막국수 업소 관계자들은 메밀 함량이 60∼70%일 때 가장 먹기 좋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다 밀가루, 고구마 녹말가루 등을 섞어 반죽해 삶은 뒤 뚝뚝 끊어지는 메밀의 단점을 보완한다.
전국에 막국수 전문 음식점들이 생겨나 성업 중이지만 본고장은 역시 강원도, 그중에서도 춘천이 꼽힌다. 춘천에는 막국수 전문 업소만 200여 곳이 있다. 또 춘천막국수박물관이 만들어졌고 매년 막국수 축제가 열리는 막국수의 본고장이다.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늘어난 수도권 관광객에게 막국수를 맛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한 그릇에 6000원 정도면 춘천막국수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고민성 춘천막국수협의회장은 “춘천막국수는 메밀 껍질을 완전히 벗긴 뒤 가루를 만들어 다른 지역보다 색깔이 흰 점이 특징”이라며 “전문 업소들이 수십 년 동안 영업해 오면서 전통의 맛과 현대적 맛의 조화를 이끌어 낸 것이 춘천막국수가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 메밀은 성인병 막는 영양분 덩어리
메밀은 영양분의 집합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효능이 있다. 메밀에 포함된 필수 아미노산 및 비타민은 비만 예방 및 피부 미용 효과가 탁월하고, 루틴 성분은 모세혈관의 탄력을 지켜 주고 혈압과 혈당치를 낮춰 준다. 또 메밀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간의 해독 기능을 돕는다. 꾸준히 섭취하면 미용과 비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철호 강원대 교수(생명건강공학과)는 메밀꽃과 줄기에도 메밀과 마찬가지의 영양분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고 메밀 싹, 메밀 뻥튀기, 메밀꽃 차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노란 물이 우러나는 메밀꽃 차는 입안이 개운해지고, 메밀을 튀기면 팝콘 이상으로 고소하고 부드럽다”며 “메밀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건강식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의 메밀 재배 면적은 2446ha, 생산량은 2370t이다. 그러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국내 생산량의 10배가량을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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