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프로젝트]전국 공공도서관을 청년 취업 허브로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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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찾아드립니다

일자리의 오아시스로 오세요 11일 오후 문을 연 ‘청년드림 관악캠프’에서 김남용 삼성전자 상무, 유종필 관악구청장, 임규진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왼쪽부터)이 업무 협약식을 마치고 한국 사회의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년드림센터는 관악캠프에 이어 조만간 경기 부천시와 전남 순천시 등에도 청년드림캠프를 설치할 계획이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일자리의 오아시스로 오세요 11일 오후 문을 연 ‘청년드림 관악캠프’에서 김남용 삼성전자 상무, 유종필 관악구청장, 임규진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장(왼쪽부터)이 업무 협약식을 마치고 한국 사회의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년드림센터는 관악캠프에 이어 조만간 경기 부천시와 전남 순천시 등에도 청년드림캠프를 설치할 계획이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더이상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기 싫어서….”

2010년 2월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던 김진영 씨(25·여)가 지난해 가을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다.

졸업 후 1년 이상 ‘백수생활’을 하면서 김 씨는 사설 독서실, 평생학습관, 국회도서관, 유료 세미나룸 등을 전전했다. 김 씨는 “독서실은 매달 20만 원 이상 비용이 들었고 대학 밖의 밥값은 너무 비쌌다”면서 “대학에 있을 때와 달리 취업정보를 구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사람들이 왠지 나를 한심하게 보는 것 같아 항상 주눅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대학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국의 청년취업 준비생들은 모두 ‘무적자(無籍者)’가 된다. 학생이란 확실한 신분을 잃은 이들은 김 씨처럼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최근 대학들도 예산 절감을 이유로 졸업생의 대학시설 이용을 막는 추세다.

도서관과 취업정보센터를 이용하려고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이 늘어날 정도로 청년들에게 ‘취업 준비를 위한 공간’에 대한 요구는 절실하다. 청년 구직자들에게 취업준비 공간은 단지 책을 펴고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일자리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과 소통하며, 심리적 안정까지 얻는 터전이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첫 번째 사업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공공도서관에 청년 취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청년드림 캠프’ 개설 작업을 벌이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구직자

3년 전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울 마포구의 정보통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 씨(30·여)는 “졸업 직후 6개월짜리 인턴으로 취업을 했지만 정규직이 되는 길이 막혀서 그만뒀다. 그만둘 땐 몰랐지만 막상 ‘백수 신분’으로 취업준비를 하려고 보니 갈 곳이 없고 조언 구할 사람이 없다는 게 정말 막막했다”고 말했다.

학교와 사회 어디에도 발을 딛지 못한 한국의 청년 구직자들은 정부의 취업 지원에서도 ‘소외’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에 72곳의 고용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은 취업 준비를 위해 머무르는 곳이라기보다는 관련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들르는 곳’의 성격이 강하다. 고용센터에 접수되는 구인신청도 대부분 장년층이나 재(再)취업자를 위한 단순노동이라서 청년 구직자에게는 와 닿기 어렵다.

수입이 없는 청년 구직자들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감당하기 힘든 생활비도 고민거리다. 무료로 도서관을 이용하고 학교 식당에서 1500∼3000원짜리 밥을 먹던 이들에게 한 끼에 5000원이 넘는 밥값, 독서실 이용료는 큰 부담이 된다.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신입사원들 얘기를 들어 보면 개인 공간이 넉넉한 월 회비 30만 원짜리 고급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커피전문점을 애용하던 사원이 있는가 하면 허름한 지하 고시원에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연명했다는 친구도 있었다”며 “구직기간이 길어지니까 취업준비 단계부터 양극화가 심해지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 도서관, 맞춤형 취업 지원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를 졸업한 청년 구직자들이 마음 놓고 활용할 수 있는 청년취업의 허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문제 전문가들은 전국에 고르게 흩어져 있고, 구직자들이 거리상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역 공공도서관을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꼽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태원유 박사는 “미국, 일본에서는 지역 곳곳에 설치된 공공도서관이 취업정보가 가장 빠르게 집결하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수요에 맞춰 공공도서관들은 청년층을 위한 취업 간행물, 관련 자료들을 최신판으로 완비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 공공도서관의 경우 구직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지에 나온 지역 취업정보를 분류해 전공과 개인의 특성에 맞춰 제공하고, 이력서 작성 요령을 가르치거나 면접 준비를 도와주기도 한다. 도서관 홈페이지는 취업포털 기능까지 갖췄다. 또 미국 뉴욕 주에서 유학하는 김황민 씨(32)는 “이 지역 사람들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을 때도 도서관을 찾는다”며 “인터넷에 올라오지 않는 일자리를 도서관에서 소개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취업지원 시스템을 갖춘 공공도서관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지역의 일자리 정보를 게시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아직은 ‘부업 수준의 일자리 정보’에 그치고 있다. 공공도서관들이 핵심 수요자를 청소년, 주부 등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천중앙도서관의 혁신은 주목할 만하다. 이 도서관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대 이용자가 급증하자 이용자 현황을 분석했고,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 준비생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청년실업이 심해질수록 이들의 열람실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도서관 측은 경인종합고용지원센터와 손잡고 도서관에 직업상담사를 배치했다. 이용자들에게 직업정보 탐색,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등 전문교육도 실시했다.

공공도서관을 청년 취업의 허브로 정착시키려면 지금보다 공공도서관 수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공공도서관 759곳의 도서관당 이용인구는 6만6000여 명으로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취업#청년 드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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