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및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에 호재(好材)다. 하지만 정부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하고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올라가면서 자칫 해외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될 가능성이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4일 브리핑에서 “신용등급 상향 조정 자체는 굉장히 좋은 것이지만 혹시 일부 있을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출이 줄고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자본의 대량 유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해 침체된 국내 기업의 수출에 또다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다.
정부는 또 한국으로 몰리는 해외자본이 향후 유로존 위기 등이 재발할 때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한다. 재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양적완화와 신용등급 상승으로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선진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 신흥국은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수출이 위축되는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차례 나타났다. 찰스 댈러라 전 미국 재무차관은 이날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따라 한국의 외자조달 여건이 개선됐지만 당국은 자본 유입에 대처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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