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된 임신부일수록 저체중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국내 첫 논문이 나왔다. 이런 아기는 혈중 환경호르몬 수치도 높았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약리학교실 양재호 교수(55) 연구팀이 대구와 경북 포항에 사는 여성 70명과 이들의 아기 70명의 제대혈에서 과불화물질(PFC) 농도를 측정한 결과다. 국제학술지인 ‘케모스피어’에 이달 말 실릴 예정이다. 국내에서 환경호르몬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로는 처음이다.
PFC는 2009년 스톡홀름 협약에서 규제 대상 환경호르몬으로 규정한 물질이다. 연구팀은 PFC 가운데 세 가지 물질(PFOS, PFOA, PFHxS)을 따로 분석했다.
임신부의 평균 PFOS는 mL당 10.77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이었고, 아기는 3.44ng이었다. 30% 정도가 자식에게 대물림됐다. PFOA와 PFHxS의 대물림 정도는 심했다. 임신부는 각각 평균 mL당 2.73ng, 1.35ng이었는데 아기는 절반이 넘는 mL당 2.09, 0.67ng이었다.
출산 직후 정상적인 아기는 평균 체중이 3.19kg, 키가 49cm 정도다. 이번 조사결과 체중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PFOA 농도는 모두 2.83을 넘었다. 반면 평균 체중 이상의 아이들을 낳은 부모의 PFOA 농도는 평균 2.38이었다.
양 교수는 “태아의 체중이 적다는 사실은 발육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앞으로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와 포항지역 임신부를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공장지대 등 주변 환경으로 임신부가 평소 PFC에 더 노출됐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경로를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조리하는 팝콘용기의 ‘코팅 종이’나 피자 햄버거 포장용지다. 물에 젖지 않게 하고, 기름기를 흡수하기 위한 종이제품 중 상당수가 PFC 물질을 쓴다.
둘째, 프라이팬이나 냄비다. 음식이 들러붙지 않게 하려고 쓰는 약물에 PFC가 들어갈 수 있다. 세 번째는 일명 ‘새집증후군’으로 불리는 집먼지다. 독일과 영국은 PFC 일일허용량을 제품 사용 규제조항에 넣는 반면 국내 규정은 미미한 실정이다.
환경호르몬은 어른도 여러 경로를 통해 흡수되지만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반면 태아나 어린아이는 성장, IQ, 면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양 교수는 “외국에서는 어릴 적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된 아기가 5세 때 디프테리아 예방접종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막연히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우선 일회용품은 되도록 적게 쓰고, 일회용품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바로 넣어 돌리는 일은 삼가도록 한다. 주방용품을 산 뒤에는 물을 가득 채운 뒤 2, 3회 끓여서 유해성분을 날려 보내는 게 좋다. 또 음식을 튀기기보다는 기름이 아래로 떨어지는 방식(baking)의 조리방법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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