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중-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아시아 순방에 나선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17일 유사시 미국이 자동 개입할 수도 있음을 거듭 확인하자 중국은 미국의 노골적인 일본 편들기로 받아들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패네타 장관은 중국 방문에 앞서 이날 일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주장이 대립하는 주권 분쟁에서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는다. 외교적 수단으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전보장조약이 적용되는 지역이라는 점을 거듭 밝힌 것은 일본의 주장을 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양국 방위조약에서 센카쿠 열도가 포함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대적인 어선 파견과 경제보복 등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패네타 장관의 발언에 일본은 힘을 얻는 분위기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은 패네타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중국 내 반일시위와 관련해 “법과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를 다시 한 번 밝힌다. 일본과 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해와 오판을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일 양국은 이날 일본에 미사일방어(MD)용 고성능 레이더 기지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합의해 중국을 겨냥한 실질적인 견제 조치도 실행에 옮겼다. 양국은 레이더 추가 설치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국에 맞서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국이 안정적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 관리를 위해 중-일 간 분쟁이 격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만큼 이번 패네타 장관의 방일은 중-일 양국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중재를 도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 국방장관의 아시아 방문은 대중 방어선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경고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베이징(北京)만보는 이날 미일 양국이 “센카쿠 열도 방어를 위한 정보 협조, 미국의 센카쿠 열도 공중 엄호, 양국 간 정례 합동 훈련 및 전자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보도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