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경제다]<上>숲해설… 조림… 숲이 낳는 녹색 일자리 年6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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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 숲은 인간에게 좋은 공기와 휴식을 제공하는 ‘안식처’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숲은 인간이 지속적인 풍요로움을 얻게 하는 경제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미 많게는 연간 6만 명이 숲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고 임산자원은 소재(품종), 목재,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경제적 가치로도 주목받는 숲의 진화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강원 평창군 대관령 유아숲 체험원에서 숲 해설가 오영숙 씨(가운데 마이크 든 사람)가 국내외 숲해설가들에게 체험원 시설물(소리통)의 시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강원 평창군 대관령 유아숲 체험원에서 숲 해설가 오영숙 씨(가운데 마이크 든 사람)가 국내외 숲해설가들에게 체험원 시설물(소리통)의 시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사회복지학 대학강사인 오영숙 씨(41)는 산림청 숲 해설가다. 주말과 강의 없는 평일에는 강원 평창군 대관령 인근의 유아 숲 생태체험원에서 일한다. 오 씨는 “아이들이 1주일에 한 번씩 숲을 찾으면서 협동과 배려를 배워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며 “전업이 아니기 때문에 보수는 월 100만 원이 채 되지 않지만 만족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높다”고 말했다.

‘털보 선생님’으로 통하는 홍천국유림관리소 숲 해설가 조규은 씨(64)는 숲에서 인생 이모작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25년간 근무하다 2004년 숲 해설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산을 찾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일이 나의 은퇴 이후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숲이 주는 ‘녹색 일자리’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숲 가꾸기부터 묘목생산, 조림, 임도사업, 산불 전문예방진화, 산림병충해방제, 산림복원사업, 사방댐 조성관리, 산림 바이오매스 확충, 산림 탄소순환 마을조성, 산림서비스증진, 생태 숲 조성, 생활림 보전관리 등 종류만도 크게 13가지에 이른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집계한 결과 이들 사업에 매년 4만4000∼6만4000명이 일하고 있다.

녹색 일자리 가운데 숲 가꾸기 패트롤은 스릴 있는 일자리로 꼽힌다. 로프를 활용해 각종 도로변에서 교통소통을 저해하거나 경관을 훼손하는, 또는 주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나무와 넝쿨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2009년 중부지방산림청에서 시작돼 현재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숲 가꾸기 패트롤 작업단 기술자인 정병만 씨(48)는 “하루에도 여러 번 위험한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에 남다른 사명감과 자부심이 아니면 견디기 어렵다”며 “하지만 개인이나 국민생활을 위해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숲에서 일하다 사업가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강원 양구국유림관리소가 인가해준 양록국유림영림단 김관중 단장은 연매출 6억 원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여러 사업을 하다 2008년 외환위기로 한 차례 주저앉은 그는 숲 가꾸기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하다 산림과 조경, 임업종묘, 산림산업, 산림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 및 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한 끝에 국유림 조림 및 숲 가꾸기 사업을 도급받고 있다. 그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숲 가꾸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처리하는 외국산 기계를 한국 지형에 적합한 장비(2드럼케이블집재기)로 개발했다”며 “불편함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이 경쟁력을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유림영림단은 전국적으로 141개가 있고 여기에 1619명이 근무한다. 1인당 연간 350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산림청의 녹색 일자리 사업은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려고 시작됐다. 1998년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떠밀려 나온 1만3000여 명을 공공근로 형태인 공공산림가꾸기 사업으로 끌어안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부터는 녹색 일자리 사업을 통해 실업에 빠진 농산촌의 청장년을 흡수했다. 이 사업은 실업자들의 생계 안정과 자활 극복에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이들의 손길로 숲이 더욱 풍요로워지면서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높아졌다.

최병암 산림청 산림정책과장은 “농산촌의 취약 계층을 위한 단순 작업의 일자리는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유지하되 숲 해설가처럼 일정한 자격과 수준이 요구되는 일자리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전환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의 터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숲#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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