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권리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영세한 회사에서는 이 권리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관련 법규를 제대로 몰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거나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해고의 빌미가 되는 불이익도 겪는다.
7월 서울시 설문조사에서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직장여성 500명 중 209명이 ‘자녀, 가족 때문에 일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출산휴가 혹은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 없다”고 답한 여성은 244명에 달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장여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가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흔히 발생하는 피해사례와 대처방법을 정리했다.
▽출산휴가 중 해고=30대인 A 씨는 출산예정일을 두 달 앞둔 올해 6월 회사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으니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뒤 퇴사하겠다”고 제안한 뒤 회사 동의를 받고 휴가에 들어갔다. 하지만 A 씨는 출산휴가 기간 중 일방적으로 퇴사 처리됐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출산휴가 전 출산예정일, 휴가기간 등을 적은 ‘출산휴가신청서’를 작성해 회사가 휴가를 허락했다는 내용을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출산휴가는 별도 신청 없이도 자동으로 주어지는 법적 권리지만 신청서를 작성하면 회사 측이 갑자기 말을 바꾸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신청서 양식은 직장맘센터에서 제공한다. A 씨는 센터 도움으로 회사 측과 다시 협의해 출산휴가를 인정받았다.
▽임신을 이유로 해고=올해 초 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20대 여성 B 씨는 임신 사실을 학교에 알리자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말을 들었다. 비정규직이더라도 계약기간 중 임신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센터 측은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면 안 된다”며 “사업주에게 관련 법조항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서 자신이 대처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경우 센터로 문의하면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회사에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등 다양하게 대처할 수 있다. 사측이 ‘임신했으니 그만두라’고 강요할 때 내용을 회사와 주고받은 e메일, 통화내용 녹음 등으로 남겨두면 분쟁이 생겼을 때 유리하다.
▽회사가 육아휴직을 인정하지 않을 때=30대 후반인 이모 씨는 회사가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자 직장맘센터로 도움을 청했다. 육아휴직 역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청 시 회사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리한 대우를 해서도 안 된다. 이 씨는 상담을 통해 센터에서 제공한 양식대로 육아휴직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씨가 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회사는 10여 차례의 협의 끝에 최근 이 씨의 육아휴직을 인정했다.
▽복귀 시 근무에 불이익=육아휴직 혹은 출산휴가 뒤 복귀했을 때 임금이나 부서배치 등에 불이익을 주는 것도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각각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뒤에는 동일한 업무 혹은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장맘센터에는 공인노무사와 전문 상담인력이 상주해 필요할 경우 상담자 대신 회사 측과 직접 협상에 나선다.
아이 보육 문제로 복직을 포기하거나 복직하더라도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직장맘센터에서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돌봄서비스는 물론이고 베이비시터업체 관련 정보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상담전화 02-332-0101, www.workingmom.or.kr(10월 중 오픈), blog.naver.com/sworkingmom(운영 중) 서울여성노동자회 상담전화 02-3141-9090, www.equali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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