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낯설지만 찬찬히 다시 보면 그 재료와 성분, 기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임산물이란 점이다. 숲은 이제 편안하게 쉬게 해주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인간에게 건강과 아름다움,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급처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선대 신현재 교수(45·생명화학공학과)와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오득실 박사(43·여)는 27일 “요즘 꽃송이버섯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낙엽송 숲에서 자라는 꽃송이버섯을 톱밥 재배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고 여기서 추출한 물질로 항암 효과가 탁월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신 교수와 오 박사의 이런 성과는 산림청의 ‘산림자원 식품산업화 R&D사업’ 덕분이다. 이들은 2009년부터 예산 8억 원을 지원받아 이 연구를 시작했다.
신 교수 등이 추출해 만든 물질은 실험 결과 항암제로 널리 쓰이는 택솔과 같은 양을 투여했을 때 폐암에는 5배, 간암에는 2배 이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간의 혈관 체제와 유사하고 쥐와 함께 항암 효과 실험에 널리 쓰이는 제브러피시 실험을 통해서도 항암 효과가 입증됐다. 이 밖에도 비타민 E와 C, 아미노산, 음식 맛을 좌우하는 글루타민, 숙취 해소에 효과를 내는 아스파라긴 등이 대량 함유돼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서도 가치가 높다. 신 교수는 “재배 방법과 추출물을 이용한 조성물 개발로 특허 2건을 등록하고 영농조합 및 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의 화장품은 지난해 일본과 홍콩 등에 10억 원의 수출 실적을 보였다.
2009년 산림청은 자작나무 수액과 수피가 노인성 치매와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역시 산림청의 민간 연구개발(R&D) 투자사업인 ‘임업기술연구개발사업’에 따른 성과다.
자작나무 수액은 풍부한 미네랄 성분 및 유기산, 아미노산 등을 함유하고 있어 핀란드 일본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천연 건강음료로 널리 음용돼 왔다. 하지만 국내 산학연 공동연구진(서울대, SK임업, 엘컴사이언스, 미드미)은 수액에서 뇌기능 및 인지기능에 대한 효과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자작나무 수액 효과 검증에 앞서 성공한 게 바로 고로쇠 수액 연구다.
수액 채취가 가능한 고로쇠나무 한 그루에서 연간 생산되는 수액은 적게는 10L에서 많게는 40L. 1그루당 연평균 20L의 수액이 생산된다고 계산하면 10년에 50만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2012년 고로쇠 가격 기준). 즉 1000그루에서 연간 4000만∼5000만 원의 수익이 기대되는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벌채하지 않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임업 경영 사례”라며 “천연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수액 채취 가능 수종의 대단위 인공조림 방안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밤 부산물인 율피(栗皮)를 이용한 아토피 화장품은 지난해 생명산업대전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이제는 생활용품이 된 진드기 살충제도 인체에 해롭지 않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자생 산약초를 이용한 대사증후군 개선 식의약품 소재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반쯤 익은 감을 탈삽(脫澁·떫은맛을 제거하는 것)해 곶감 인절미, 감 찹쌀떡, 감 케이크를 만드는 것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산림자원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김희채 연구사(48·농학박사)는 “임업 자원은 앞으로 신약, 기능성 식품, 화장품 등 갖가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개발될 잠재력이 무한한 블루오션”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연구개발비 증액 등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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