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담원으로 일하던 이모 씨(30·여)는 2010년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줄 테니 수수료를 먼저 내라”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100만 원을 날렸다.
보이스피싱이란 말을 듣기만 해도 분노가 끓어오르던 이 씨의 생각이 엉뚱한 쪽으로 향했다. 나름 사리판단이 분명하다고 자신해온 자신이 속을 정도였으니 보이스피싱에 넘어가는 사람이 상당수일 것이란 확신이 섰다. 지난해 결혼한 이 씨는 보이스피싱으로 큰돈을 벌 생각으로 남편 김모 씨(29)와 남편의 초중학교 동창 등 11명을 끌어들여 범행을 주도했다.
이 씨 부부의 범행은 지난달부터 본격화했다. 남편은 국내 추적을 피하려고 중국으로 날아가 콜센터를 운영하는 총책을 맡았다. 이 씨는 국내에서 자신이 당했던 수법을 포함해 각종 방법을 동원한 보이스피싱으로 뜯어낸 돈을 인출해 중국으로 송금했다.
이들은 주로 “가입자를 늘리려는 것뿐이니 스마트폰을 개통하면 정부보조금을 최대 2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신분증과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만 알려주면 보조금을 입금하겠다. 배달된 스마트폰은 반환하면 이용요금도 나오지 않는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뒤 신상정보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돈을 빼내거나 불법으로 대출받기도 했다. 돌려받은 스마트폰은 중국에 대당 50만∼100만 원에 팔아넘겼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 씨 일당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한 달여 만에 챙긴 돈은 1억5000만 원에 달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 씨의 국내 조직원 13명을 붙잡아 이 씨 등 8명을 구속하고 5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 중국에서 도피 중인 남편 김 씨 등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이 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에 나선 또 다른 3개 조직 26명을 적발해 김모 씨(38) 등 7명을 구속하고 1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 가운데에는 살인 전과가 있는 조직폭력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4개 업체에 당한 피해액만 약 10억 원에 달하는데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이 ‘자녀 납치’나 ‘금융기관 사칭’에서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 선입금 요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중국 공안당국과 공조해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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