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180도 돌변… 윤석금회장의 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9일 03시 00분


■ 웅진코웨이 둘러싼 미스터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웅진그룹 회생의 결정적 변수인 웅진코웨이 매각을 둘러싸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채권단 사이에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윤 회장은 공식적으로 “법원과 채권단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지만 채권단은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를 팔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그룹 내부사정에 밝은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로 더이상 극동건설을 지킬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웅진코웨이를 가져가기로 윤 회장이 생각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월까지만 해도 그룹 전체의 ‘자금 블랙홀’인 극동건설을 놓고 “품에 안긴 자식을 내칠 순 없다”며 극동건설을 살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매출 1조7099억 원, 영업이익 2425억 원을 거둬 웅진그룹 계열사 중 최대의 ‘캐시 카우(많은 현금을 창출해내는 회사)’로 꼽힌다. 웅진코웨이는 막강한 방문판매망도 보유해 웅진그룹 회생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채권단은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은 지 7개월 만에 사실상 매각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부터 웅진코웨이 매각 잔금 1조1000여억 원이 들어오지 않아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다는 윤 회장의 주장도 믿지 않는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투자자들을 설득해 잔금 납입일을 10월 4일에서 10월 2일로, 다시 9월 28일로 두 차례나 앞당길 정도로 계약 완료에 적극적이었다.

업계에서도 윤 회장이 수시로 매각 대상을 바꾸는 등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6월 본입찰 마감 당시에는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GS리테일이 새 주인으로 유력시됐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중국 콩카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더니 7월경 KTB사모펀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한 달 만에 MBK파트너스로 인수 주체가 또다시 바뀌었다.

MBK파트너스와 맺은 계약에도 웅진코웨이를 재매각할 때 웅진그룹이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우선매수청구권)를 명시했다.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했던 A그룹 관계자는 “매각논의를 하면서 웅진 측이 잠시 돈을 융통해 줄 전당포를 찾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웅진코웨이를 조속히 매각하는 한편 윤 회장 외에 공동관리인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28일 법원에 요청하며 압박에 들어갔다. 각종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의) 의혹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윤 회장 손에 회사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윤 회장이 회생계획안이 나오기 전까지 수개월 동안 “웅진코웨이를 보유하고 있어야 그룹 회생에 유리하다”는 논리로 법원을 설득하면 채권단으로서도 속수무책이라는 점도 적극 압박의 배경이 되고 있다. 현행 법정관리 제도상 회생계획안 작성에 채권단 동의가 필요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은 법원이 쥐고 있다. 윤 회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웅진홀딩스 대표 자리에 오른 것도 재판부에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이미지를 주면서 웅진코웨이 매각 저지를 직접 설득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도 “만약 거래가 없던 것으로 되면 그동안 인수를 위해 들인 자문비 수십억 원을 포함해 손해가 엄청나 계약 파기에 따른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채널A 영상] 외판원에서 회장으로, 그리고 이제는…윤석금 회장의 ‘몰락’


#윤석금#웅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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