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사진)이 27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일본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를 부당하게 훔쳐갔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공식 외교 무대에서 쓰는 화법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관리들이 공식석상에서 우회적 화법을 즐겨 쓴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영토분쟁을 둘러싼 중국 지도부의 대일 감정이 얼마나 격앙되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잘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 부장은 이날 “갑오전쟁(청일전쟁)이 끝난 1895년 일본이 이들 섬(댜오위다오)을 훔쳤다”며 “(일본이) 중국 정부가 강제로 불평등 조약에 서명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 부장은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는 반파쇼 전쟁 승리 결과를 부정하는 행위이자 전후 세계질서와 유엔 헌장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일련의 행위가 중국의 영토를 빼앗은 역사적 사실을 바꾸지 못할 뿐 아니라 댜오위다오와 부속 도서에 대한 중국의 영토주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온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은 일본이 댜오위다오와 부속도서를 중국에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일본은 중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양 부장의 이날 발언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전날 총회 연설에 대한 반박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노다 총리가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영토 분쟁에 대한 법적 해결을 강조하자 ‘훔쳤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한 것이다.
그동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도 센카쿠 열도와 관련한 일본의 행위를 비판해왔지만 상대방을 절도범으로 모는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노다 총리가 영토주권을 거론하면서도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데 반해 이날 양 부장은 5번이나 ‘일본’을 직접 언급하며 반성을 촉구했다.
양 부장이 일본을 도둑이라고 하자 일본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발언권을 얻어 반박하고 중국의 유엔대사가 재반박에 나서는 등 양측이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8일 센카쿠 열도와 관련한 일본의 외교 정책을 ‘더러운 외교’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무슨 자격으로 대국(大局)을 논하느냐’라는 칼럼에서 “더러운 외교 정책에 골몰하는 일본 정객들에게 잔꾀를 부리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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