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당국이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시작한 것은 2010년 9월. 외교통상부가 주무, 국방부는 보조 역할이었다. 하지만 10개월이 넘도록 쟁점이 좁혀지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지난해 10월 워싱턴 방문과 올해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때 이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사일지침 개정 필요성을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의 800km 요구안을 보고받은 뒤 “한국이 원하는 대로 해 주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당시의 긍정적 분위기를 토대로 동아일보와 외신 공동인터뷰에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선언 등으로) 여러 가지 현실적 여건이 바뀌었다”며 “한미 양국 간에 ‘미사일 사거리를 확대하는 게 맞다’는 이해가 되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협상 주무는 지난해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때부터 국방부로 이관돼 올해 2월까지 3차례 국장급 실무협의체(CMCC)로 이어지면서 쟁점의 대부분을 타결했다. 그사이 협상을 주도하던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이 7월 한일정보보호협정 파문으로 낙마하면서 천 수석에게 업무가 넘어갔다.
하지만 막판까지 미국 측 비확산 담당 부서가 ‘현행 트레이드오프 원칙 유지’와 ‘무인항공기(UAV)의 무장 반대’를 고수하면서 타결이 난항을 겪었다. 기존 트레이드오프 원칙대로라면 사거리 300km를 500km로 늘릴 경우 탄두 중량이 500kg에서 100kg 미만으로 줄어 군사적으로 무의미하게 된다. 군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도 트레이드오프 원칙은 적용됐지만 사거리와 탄두중량이 모두 늘어나도록 창조적으로 재해석됐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북한의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를 맞히려면 탄도·순항미사일로는 역부족이다. 상공에 오래 체류하면서 기다리다 이동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UAV의 무장이 꼭 필요하다”고 미국을 설득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01년 미사일지침 개정은 협상 개시 후 6년이 걸린 반면 이번 협상은 2년밖에 안 걸렸다”며 “한미 양국의 신뢰가 없었다면 양국 모두 정권 말기인 시점에 협상 타결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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