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8000여 건의 성매매를 알선해 61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국내 최대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의 업주 김모 씨(52·구속)에 대해 검찰이 재산 몰수 절차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법원에 △(YTT가 입주해 있는 건물인) 세울스타즈 호텔과 터 △YTT 법인 명의 신용카드 결제 계좌 △김 씨 측 소유 아파트 2채 등을 김 씨 형제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YTT에서 약 2년간 8만8000회에 걸쳐 대규모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검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10일 밝혔다.
대한민국 최고의 룸살롱 황제로 군림했던 김 씨와 그 동생이 ‘부끄러운 범죄자’로 몰락한 배경으로 검경 갈등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리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룸살롱 업계 전반을 덮치면서 김 씨 형제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김 씨 형제는 룸살롱 업계에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0년 전 강남 유흥업계 밑바닥에서 일을 시작한 김 씨 형제는 점차 규모를 불려 갔다. 그러다 2001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H호텔 지하 1, 2층에서 C룸살롱을 운영하면서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룸 60개에 여종업원 200명이 근무하면서 성매매까지 가능한 업소였다고 한다. 미모 상위 10% 이상인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텐프로’ 업소는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김 씨는 극심한 업계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 놀라울 정도로 세력이 커진 김 씨 형제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서울 논현동에서 땅을 사들인 뒤 2010년 세울스타즈 호텔을 지었다. 호텔을 짓는 데는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관광진흥법상 1등급(4성급) 호텔이지만 관광객 대신 성매매 고객 위주로 운영됐다.
거물이 된 김 씨는 경영 현장에서 물러나고 동생이 영업을 총괄했다. 이곳에 지하 3개 층을 통틀어 182개 룸, 여종업원 1000명, 연 이용 인원이 20만 명, 연매출 300억 원의 아시아 최대 룸살롱 왕국을 건설했다. 손님들은 비밀 통로로 호텔 위층으로 올라가 자신과 함께 술을 마신 접대부와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풀살롱’ 서비스를 누렸다고 한다. 밤 10시 이후면 호텔 객실 169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고 한다. 김 씨는 운영 수익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김 씨의 부인 명의로 돌렸다.
형제는 극심한 경쟁 업체 간 음해로 망하는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면서도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씨의 영업 노하우와 인맥 덕이었다. 김 씨는 평소 “나는 거리의 돌쇠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흥업소를 잘한다는 말은 경찰뿐 아니라 구청과 소방서 곳곳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라며 “김 씨는 ‘나를 도우면 꼭 보답하겠다’는 풍모를 보이며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김 씨를 비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난해까지 탄탄대로를 달리던 김 씨 형제가 벽에 부닥친 것은 올해 초다. 국세청이 YTT를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가 하면, 3월에는 한 남성 이용객이 룸살롱 여직원이 물건을 훔쳤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성매매 혐의가 드러나 바지사장 박모 씨가 약식 기소됐다.
결정적 타격은 검찰이 또 다른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40)의 경찰관 뇌물 상납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부터다. 서울 강남구 논현지구대 경찰관의 뇌물 상납 의혹을 캐던 검찰은 이들에게서 “김 씨 형제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결국 검찰은 80여 개 룸살롱에 대한 리스트를 확보한 뒤 가장 규모가 큰 YTT에 정면으로 칼을 겨눴다. 김 씨 형제는 지난달 초 성매매와 탈세 혐의로 모두 구속된 상태다.
형제를 구속한 검찰은 성매매로 얻은 막대한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요청해 승인을 얻었다. 검찰 수사 외에도 국세청이 김 씨 형제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어서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 형제와 YTT 직원들은 모두 김 씨가 YTT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재산 몰수를 피해 가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김 씨 형제가 업계의 황제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검찰과의 승부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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