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 헤친 보타이, 몸에 꽉 끼는 재킷, 말춤…. 싸이는 세계라는 광장에 홀로 걸어 나왔다. 그 뒤에 싸이를 만든 사람들이 있다.
싸이가 공연 때 입는 정장 셔츠에는 단춧구멍이 없다. 빠른 시간에 갈아입기 쉽게 하려고 ‘찍찍이’를 단추 뒷면에 붙였기 때문이다. ‘싸이 스타일’을 설명하는 홍혜원 실장의 말투에서 디자이너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컬러풀한 정장을 많이 입혔는데, ‘강남스타일’에서는 세련된 룩을 위해 화이트와 블랙을 베이스로 하고 재킷에만 약간의 컬러감을 줬어요. 턱시도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려야 신나는 춤, 음악과 극적으로 대비되니까.”
안무팀 이주선 단장은 “싸이는 잔동작을 싫어한다”고 했다. ‘연예인’ ‘위 아 더 원’ 등에 이어 ‘강남스타일’ 안무를 짠 이 단장은 “공연 때 ‘뛰어’를 연발하는 싸이의 이미지에 1980년대 중반 말춤이 떠올랐다”고 했다. “춤을 동영상으로 찍어 미국에 있는 싸이에게 보냈는데 몇 시간 만에 국제전화가 왔어요. ‘너무 좋다. 이거 완전 내 거다.’”
여성 댄서 감자(본명 김희정)는 “저희 여성 댄서들은 말춤을 재미있게가 아니라 예쁘게 추려고 한다”고 했다. “처음 봤을 때 바로 ‘이거 되겠다’란 감이 왔죠. 말 타고 달리는 동작이 민망하진 않아요.”
‘강남스타일’을 싸이와 함께 작곡한 유건형은 1990년대 인기 댄스 듀오 언타이틀 리더였다. 데뷔 때부터 ‘곡 쓰는 10대 아이돌’로 주목받았다. 그는 언타이틀 해체 후 록밴드 앰프를 조직해 활동했다. 그래서인지 유건형의 음악에는 록의 폭발력과 댄스음악의 중독성이 적절히 결합돼 있다. 싸이가 멜로디와 주요 아이디어를 만들어 오면 편곡을 하고 곡의 전체적 만듦새를 업그레이드한다.
“노랫말처럼 재미있게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찍은 것뿐인데 그게 제대로 통한 것 같다.” 조수현 감독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강남의 세련미와 싸이의 코미디를 정면충돌시켰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04년부터 싸이와 친하게 지냈다. 2009년 제대한 싸이를 반겨주는 기획사가 별로 없을 때 싸이가 뻗은 손을 잡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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