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도 선고도 유명무실 ‘사형제도’… 감형선고에 또 도마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경기 수원시 20대 여성 토막 살해범 오원춘과 두 아이의 엄마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진환 등 반인륜적 흉악범이 나타날 때마다 여론은 사형제를 놓고 들끓었다.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서다.

“국가가 왜 법을 어긴 사형수를 오랜 시간 동안 세금으로 먹여 살리느냐” “흉악범들은 감옥에서 먹고 노는데 유족은 평생을 상처와 싸워야 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형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제한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범죄에 대한 응보형으로 고안된 필요악으로, 여전히 제 기능을 한다”고 결정했다. 그렇지만 15년 동안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한 해 13억 원가량을 사형수에게 쓰고 있다. 현재 사형수는 60명이다. 이들에게 살해된 사람은 207명이다.

사형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범죄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고 범죄 억지 효과도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찬반양론 속에서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형 집행 여론이 불거져도 여전히 반대 의견이 존재하는 데다 한국이 국제적으로는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돼 사형을 집행하면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외교통상부 등에서는 주장한다.

대선주자도 신중모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그냥 (사형제를) 없애버리자는 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사형제는 유지하되 집행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사형제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하면서도 “사형제를 형법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관련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당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다만 안 후보는 “사형제 폐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존폐를 결정할 수 있다. 국민의 동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사형제#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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