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출신이자 무소속으로 당선된 첫 서울시장. 지난해 10월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자 일각에서는 그의 성향 때문에 “좌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해 10월 27일 첫 출근날 시청 공무원들에게 “저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오해를 가지고 계신 분도 많으리라 생각한다”며 “제가 뿔 달린 사람은 아니죠”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전임 오세훈 시장의 정책을 중단시켜 ‘전임시장 흔적 지우기’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박 시장 1년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박 시장의 지난 1년을 키워드로 돌아봤다. 》 ○ 뉴타운 출구전략
박 시장은 24일 취임 1주년(27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뉴타운 사업”이라고 스스럼없이 밝혔다. 박 시장은 올해 초 “재개발 40년 역사는 물론이고 투기 광풍으로 뒤덮였던 10년 역사를 끝내겠다”며 ‘뉴타운 출구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과잉공급으로 개발 지연과 주민 마찰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뉴타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실태조사를 거쳐 재개발 여부를 다시 결정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각 지구에서 이미 사업에 투입된 매몰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또 뉴타운의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제시하고 있지만 도심 재정비 사업 부진에 따른 주택공급 감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해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 무상급식
현재의 박 시장을 만든 대표적인 이슈. 박 시장은 지난해 8월 24일 실시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한 뒤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선거의 핵심공약이 무상급식이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서명한 정책도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지출안’이었다. 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보편적 복지’는 이후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나 서울시민복지기준 마련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의 경우 정확한 조사 없이 반값 등록금부터 시행해 “세금으로 등록금을 대준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편적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도 여전히 박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 제돌이를 바다로
박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했다. 트위터로 대표되는 직접소통과 탈권위는 박 시장이 강조하는 리더십이다. 박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는 ‘제돌이’를 강정마을 앞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발언 이후 인터넷 등에서는 생명 존중을 칭찬하는 누리꾼과 “동물원 다른 동물들의 동물권은 어찌되느냐”는 비판이 들끓었다. 또 이 사건으로 박 시장이 동물보호단체나 트위터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동물보호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도 많이 나온다. 제돌이는 현재 야생 적응 훈련 중이다. ○ 세빛둥둥섬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터널 민자사업에 메스를 들이댔다. 또 전임 오 시장이 추진했던 세빛둥둥섬 사업을 총체적 부실 사업이라 규정하고, 한강 예술섬 조성 사업도 중단했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지난한 작업에 수많은 열정을 소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전임시장 흔적 지우기’라는 비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한때 문을 열었던 세빛둥둥섬은 영업이 현재까지 중단돼 ‘세금둥둥섬’이라는 오명도 붙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서해뱃길 사업을 위해 시작한 양화대교 구조개선 사업의 경우 “이미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 되돌릴 수 없다”며 서해뱃길 사업은 중단했지만 양화대교 공사는 마친 점 등을 감안하면 박 시장의 1년을 ‘오세훈 지우기’로만 몰아붙이는 건 곤란하다는 반론도 있다.
○ 무소속·시민단체 출신
박 시장은 정치인이나 행정관료가 아닌 진보 시민단체 출신의 첫 서울시장이다. 이 때문에 선거 당시 “종북좌파 박 후보가 시장이 된다면 서울광장은 좌파들의 체제전복의 장이 될 것”이라는 공격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박 시장의 행보를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건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박 시장은 좌우 간 논란이 벌어질 만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시민사회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시정에 반영했다. 마을공동체 육성 사업이나 도시농업 활성화, 카 셰어링 같은 공유경제 지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통해 시민단체 출신 시장으로서의 차별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