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 국민의식 조사
“노골적 반흑인감정” 51%… 2008년 취임前보다 3%P↑ 오바마 표 2%P 손해볼 듯
NYT 또 오바마 지지 선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집권한 뒤 미국인들의 인종 편견이 오히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이 27일 발표한 ‘2012 대국민 인종의식’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1%는 겉으로 드러나는 노골적인(explicit) 반(反)흑인 감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오바마 취임 전 48%에서 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반흑인 감정이 내재된(implicit) 응답자의 비율은 56%로 2008년 49%에서 7%포인트 증가했다.
인종 편견은 보수-진보 성향의 미국인에게 골고루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화당 지지자의 79%, 민주당 지지자의 32%가 노골적 인종 편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재적 인종 편견은 공화당 지지자 64%, 민주당 지지자 55%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응답자들은 미국의 반흑인 감정 때문에 오바마가 다음 달 6일 대선에서 5%포인트의 득표율 손해를 보는 반면 친(親)흑인 감정 때문에 3%포인트 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편견 때문에 2%포인트의 표를 잃는다는 뜻이다.
AP통신은 스탠퍼드대 미시간대 시카고대와 함께 8월 30일부터 9월 11일까지 미국 성인 107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노골적 인종 편견은 응답자에게 ‘친절한’ ‘준법적인’ ‘게으른’ ‘폭력적인’ 등의 형용사를 각 인종에 적용토록 하는 식으로, 내재적 인종 편견은 응답자에게 인종 사진을 보여주고 생각나는 대로 표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백인 표가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몰리고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더불어 인종 변수가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프레드릭 해리스 컬럼비아대 흑인연구센터 소장은 “오바마가 집권한 뒤 이념적, 경제적 양극화와 함께 인종 양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오바마가 조심스럽게 인종 문제에 접근하며 별다른 친(親)흑인 정책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이런 인종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 사회의 인종적 다양성을 해치는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많은 흑인은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를 원숭이에 비유하고 오바마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장면을 그린 선전물이 급증하는 등 반오바마 정서 확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오바마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NYT는 사설을 통해 “오바마는 힘 있는 자가 아닌 힘없는 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며 “그의 집권 아래서 미국 경제가 느리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선택은 더욱 명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또 다른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도 24일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두 신문 모두 2008년 대선 때 오바마를 지지했다. 발행 부수에서 1, 2위를 달리는 월스트리트저널과 USA투데이는 역대 대선에서 지지 후보 없이 중립 태도를 보여왔다.
미 대통령 전문 연구기관인 아메리칸프레지던트프로젝트에 따르면 28일까지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신문은 28개, 롬니 지지 신문은 20개로 조사됐다.
후보 간 경합이 치열한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에서 덴버포스트(콜로라도·발행부수 12위), 플레인딜러(오하이오·19위), 밀워키센티널(위스콘신·37위)은 오바마,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네바다·28위)은 롬니 지지를 선언했다.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최대 격전지 플로리다에서 올랜도센티널은 롬니, 탬파베이타임스는 오바마를 지지했다. ■ 한국과 다른 前대통령 활용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이 올 대선 레이스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유세에 적극 동참하는 방식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 자신의 인맥을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진영에 지원해 탄탄히 구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유산이 주홍글씨 같은 낙인(烙印)이 되고 ‘전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앞다퉈 나서는 한국 대선후보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6일 “부시 전 대통령이 롬니 유세에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는 않았지만 롬니 캠프는 부시 인맥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롬니 캠프의 3대 핵심 업무인 정권인수, 정책자문, 선거모금은 부시 측근들이 사실상 총책임자를 맡고 있어 ‘부시 삼각 편대(Bush Triad)’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권인수팀의 내치 팀장을 맡고 있는 조시 볼턴과 마이클 리빗은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비서실장과 보건부 장관을 맡았다. 외교팀장인 로버트 졸릭은 부시 전 대통령이 세계은행 총재에 임명했던 인물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얼굴마담’으로 동원해 유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9월 이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단독 주최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는 12회, 단독으로 나선 유세 행사는 14회에 이른다.
오바마 캠페인의 수석자문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정치보좌관을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사단’으로 불리는 자신의 인맥이 있기 때문에 롬니만큼 클린턴 인맥을 선거 캠프에 중용하지는 않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의회예산국 국장을 맡았던 선거 전문가 더글러스 홀츠이킨 씨는 “전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당선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하는 것은 미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라며 “그만큼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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