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문재인과 대표 이해찬. 두 사람의 조합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좋은 궁합이 아니다”라면서 걱정을 많이 한다.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노 전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한 문 후보 옆에 당시 ‘실세 총리’였던 이 대표가 서면서 ‘노무현 시즌2’의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친노(친노무현)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편협성과 편 가르기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의 ‘2선 후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내 의원들은 물론이고 재야 원로들이 주축이 된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까지도 이 대표의 퇴각을 압박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 대표 체제를 고집하고 있다. “지도부 개편은 인적 쇄신의 본질이 아니다”(24일)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 후보의 태도에 대해 문 후보 측 한 인사는 “이 대표가 좋아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사퇴하면 김한길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지 않나. 대표 자리를 맡으면 후보보다 자기 정치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이 대표가 물러나면 6·9전당대회 때 2위였던 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전대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비노(비노무현) 인사가 대표를 맡도록 용인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사실 문 후보 측에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때부터 “절대 김한길은 받을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 인사는 “당초엔 이인영 의원도 받지 않으려 했는데, 김근태 상임고문계의 안철수 캠프로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참여시켰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안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함께 당내에 손꼽히는 전략통이자 선거 경험이 많지만 선대위에서 이렇다 할 보직을 맡지 못했다.
문 후보가 2002년 대선 때의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급강하하자 비노계 한화갑 대표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백지신당론’을 꺼내 노 후보의 후보직을 박탈하려 했다.
김 최고위원은 29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각종 여론조사를 냉정히 보면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 해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쉽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담석 제거 시술을 위해 당무를 쉬다 닷새 만에 복귀한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게 선거의 교훈”이라며 의원들에게 문 후보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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