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선거는 솔찬히(꽤 많이) 재미있을 것이요. 이쪽 사람들 맘이 예전하고는 영판(아주) 다르당께.”
전남 목포에서 낙지요리집을 하는 이상수 씨(46)는 2일 전라도 사투리로 대선을 앞둔 호남의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 이 씨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놓고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은 것 같다”며 “몇몇 사람은 조심스럽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도 하는데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 호남의 밑바닥 민심은 ‘정중동(靜中動)’이다. 한마디로 아직까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 광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정모 씨(56)는 “문 후보에게 호남이 무슨 대단한 덕을 봤고, 안 후보와는 무슨 관계가 있다고 또 몰표를 주겠느냐”며 “두 후보가 어떤 지역 발전 전략을 내놓을지 지켜본 뒤 선택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 씨(38·광주 광산구)도 “주변에서 박 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문·안 후보가 특별한 잘못도 없지만 눈에 띄는 행동이나 공약도 별로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야권의 최대 화두인 단일화 문제도 아직까지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학교수인 정모 씨(52)는 “민주통합당에 비판적이었지만 이번에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있던 친노(친노무현) 핵심 참모들의 일괄 사퇴를 보고 민주당이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 같아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심모 씨(65)는 “안 후보에게 마음이 가지만 지역을 자주 찾지 않고 소외된 호남을 배려하는 획기적인 공약도 내놓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황모 씨(54)는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더 본선 경쟁력이 있는지를 놓고 결정할 것”이라며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여전히 뭔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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