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D-46에도 상대방 행보 눈치보며 공약 급조
미국, D-60에 공약 확정… 차별성 명확히 제시
#미국 대선을 210여 일 앞둔 4월 10일.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대선 구도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간 양자 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로써 미국은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한국 대선을 210여 일 앞둔 5월 중순. 4월 총선을 치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대선후보가 아니라 지도부를 교체하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새누리당에선 박심(朴心·박근혜 후보 마음)을 업은 황우여 대표가 선출됐고, 민주당에선 모발심(모바일투표) 논란 끝에 이해찬 대표가 신승을 거뒀다.
#미국 대선을 47일 앞둔 9월 말. 각각 출정식을 겸한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 선출된 오바마, 롬니 후보는 계속되는 유세 일정 와중에도 선거의 승부를 가를 세 차례의 TV토론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한국 대선을 47일 앞둔 11월 2일.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회 외에 언론사 주최 토론회 참석 여부와 방식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불과 40여 일의 간격을 두고 실시되는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선거’가 되고 있다. 1년 넘게 피어오른 ‘안철수 안개’가 겨우 걷히면서 이에 따른 야권 후보 단일화 게임이 계속되고, 박근혜 후보의 잇단 과거사 해명 논란 등이 대선판을 뒤덮으면서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정책은커녕 최소한의 판단 기준도 없이 날짜만 세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3일로 대선이 46일 앞으로 왔지만 한국의 ‘빅3’ 후보 중 누구도 분야별로 종합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롬니 후보가 이미 대선 60일 전을 전후해 경제, 외교, 복지, 재정, 교육 등 분야별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를 설득했던 미국 상황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공약의 완성도 차이도 크다. 오바마, 롬니 후보는 주요 분야에서 차별화되는 공약을 내세워 정책 목록만 봐도 후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각 후보가 눈치 경쟁하듯 상대의 행보를 보며 재정 마련 대책은 빠진 채 급조해 낸 ‘애드리브 공약’이 판을 치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의 대선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각 후보는 지금이라도 정치공학적 행태를 중단하고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판단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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