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4일 이자율 상한선을 25%(연리 기준)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산업 및 금융감독 정책을 발표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피에타 3법(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이라는 대선공약을 통해 25%를 넘는 이자는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타깃은 대부업체의 높은 금리다. 현행 이자제한법의 이자율 상한은 30%이고, 대부업자는 39%까지 허용된다. 대부업을 양성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나란히 개정을 추진할 정도로 대부업체에 적용되는 이자 상한선은 높아 보인다. 대부업체가 서민금융기관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일본의 이자 상한선은 20%다.
이런 점에서 이자 상한선을 낮추려는 공약이 공감을 얻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크다. 이자 상한선 하향 조치가 지나치게 자주 시행되고, 감속폭도 커서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이자율을 내렸다. 반면 일본은 1983년부터 27년간 5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특히 연 40%에서 20%로 내릴 때는 두 차례에 걸쳐 9, 10년 간격을 두고 10%포인트씩 인하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대선공약대로 대부업에 규제가 가해지면 불법 사금융 시장만 팽창시키는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는 기우가 아니다. 2002년 10월 처음 대부업법이 만들어졌을 때 9000여 개였던 등록 대부업자 수는 정부의 양성화 정책에 힘입어 2007년 9월 말 1만8197개까지 늘었다. 같은 해 10월 정부는 최고 이자율을 66%에서 49%로 대폭 낮췄다. 그리고 등록 대부업체 수도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 6월 말에는 1만1702개로 줄었다.
등록 대부업체가 감소하자 정상적으로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영세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는 폭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피해건수는 2007년 3421건에서 지난해 2만8984건으로 급증했다. 조성목 금감원 저축은행검사 1국장은 “이자 상한선이 급격히 하향 조정되자 수익성이 떨어진 등록 대부업자들이 자진 폐업한 뒤 불법영업에 대거 나섰다”며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들을 찾으면서 피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시절 “돈은 겁쟁이다. 미래가 불확실하거나 겁이 나면 어디로 숨어버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돈이 숨어버리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계층은 서민이다.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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