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10km가량 떨어진 국토 최남단 마라도 주변 해역. 모슬포수협 소속 어선 20여 척이 방어잡이에 한창이다. 빠른 물살 가운데에 배를 고정한 채 낚싯줄을 100m 가까이 길게 늘여 놓았다. 미끼는 특이하게 제주 특산 어종인 살아있는 자리돔을 썼다. 미끼로 쓴 자리돔은 이날 새벽 잡힌 것이다. 흥진호(8.5t) 선장 강순남 씨(66)는 “인조 미끼를 쓰는 어선도 있지만 마라도 주변에서는 자리돔을 써야 방어가 잘 잡힌다”며 “요즘 방어의 천적인 상어가 출몰하지 않은 덕인지 어획량이 많다”고 말했다.
○ 겨울철 제주의 진미
최근 마라도 주변 해역에 방어 어장이 형성되면서 어민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어선마다 하루에 50∼60마리를 잡는다. 위판 가격은 4kg 이상 대(大)방어가 마리당 3만5000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1만 원가량 올랐다. 방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4kg 이하 중방어는 마리당 1만6000원 선이다. 살이 두툼하게 올라야 맛이 있는 방어의 특성 때문에 중방어 이상만 상품으로 팔린다.
농어목 전갱잇과에 속하는 방어는 등 푸른 생선의 하나다. 비타민D와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고 고도 불포화지방산인 DHA를 함유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식감이 다른 회와 다르다. 초간장이나 된장에 찍은 회를 한입 넣어 씹으면 기름진 향이 입안 가득하다. 회는 선홍색 빛을 띠는데 기름기가 많은 뱃살은 흰색에 가깝다. 다른 회와 달리 두툼하게 썰어야 제맛이 난다. 일부 횟집에서는 깍두기처럼 회를 썰어 팔기도 한다. 머리 구이는 독특한 맛을 낸다. 모슬포항 주변 식당에서는 겨울철 방어를 대부분 횟감으로 내놓는다. 모슬포수협(064-794-0553∼6)으로 연락하면 신선한 방어회를 택배로 받을 수도 있다. ○ 조류 거센 해역 방어가 최고등급
방어는 제주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그중에서도 ‘모슬포 방어’를 최고로 꼽는다. 마라도 주변 조류가 거센 해역에서 잡히는 방어는 근육이 많아 살이 탱탱하다. 이 해역은 수심 20∼30m의 해저가 50∼70m로 급격히 깊어지고 플랑크톤도 많아 방어 먹이인 전갱이, 자리돔 등 소형 어류가 군집을 이룬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이승종 연구사는 “온대성 어류인 방어는 산란을 위해 겨울철 따뜻한 곳을 찾아 남하하다 마라도나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 등에서 어장을 형성한다”며 “모슬포에서 방어가 많이 잡히고 유명한 것은 해양생태 구조 덕분”이라고 말했다.
방어 축제 현장을 찾는 것도 좋다. ‘제12회 최남단 방어축제’가 8일부터 11일까지 모슬포항 일대에서 열린다. 방어를 맨손으로 잡아볼 수 있고 다양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다. 참가자가 직접 배를 타고 마라도 부근 해역으로 나가 방어를 잡는 선상 낚시도 할 수 있다. 모슬포수협은 축제 기간에 매일 오후 2∼4시 방어 무료시식회를 연다. 이재진 최남단방어축제위원장은 “거친 파도와 싸우며 방어를 잡는 어민들의 모습과 통통한 방어 맛을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마련했다”며 “주변에 군사 유적, 추사 김정희 선생 유배지, 올레코스 등이 있어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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