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중공업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1998년 퇴직한 문모 씨(62)는 몇 년 동안 다른 일자리를 찾다 포기하고 치킨가게를 열었다. 그러다 함께 일하던 아내의 건강이 악화돼 장사를 계속하기 힘들어지자 지난해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130여 곳에 원서를 냈지만 오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올해 초 마이스터고 강사 자리를 얻은 문 씨는 요즘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일자리 공약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기업현장에 가보면 고(高)임금에도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만큼 새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아 회사와 구직자 모두 피해를 보는 겁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견전문인력종합고용지원센터와 함께 문 씨처럼 실직한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 정책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보다 일자리를 ‘늘리는’ 해법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의 사회적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보다는 중소·중견기업 육성,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설문조사는 센터의 도움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549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가운데 40, 50대 베이비부머가 477명으로 87%를 차지했고 나머지 13%는 30대와 60대였다.
이들은 대선후보의 일자리 공약 중 가장 중요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33.0%가 중소·중견기업 육성(33.0%)을 꼽았다. ‘일자리의 보고(寶庫)’인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해야 재취업 기회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전통 제조업을 지원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21.9%)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고 공공 부문의 사회적 일자리 확대(17.5%)는 세 번째에 그쳤다.
대선후보가 당선 후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고용정책으로는 ‘과도한 정규직 보호 요건을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자’는 답변이 2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을 도입하자는 응답이 21.3%, 부당한 해고 금지 등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답변이 13.5%로 뒤를 이었다.
양금승 센터장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신입은 물론이고 재취업 노동시장을 활성화해야 기업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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