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차량을 쫓던 50대 경찰관이 맞은편 도로에서 달려 온 버스에 치여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 경찰관은 부인과 두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7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연수경찰서 교통안전계 순찰1팀장인 강명희 경위(50·사진)는 6일 오후 11시부터 인천 연수구 옥련동 한 모텔 앞 왕복 4차로 도로에서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다. 11시 40분쯤 모닝 승용차를 몰고 단속지점으로 다가오던 권모 씨(24)가 30m 앞에서 갑자기 유턴해 맞은편 도로로 달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음주운전 차량이라고 판단한 강 경위는 달아나는 차량의 번호와 도주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중앙분리대 화단을 넘어 맞은편 도로로 넘어갔다. 그때 달려오던 시내버스가 강 경위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를 치고 말았다. 이 사고로 강 경위는 두개골에 금이 가고, 장기가 파열돼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0년 전 결혼한 부인(45)과 대학생 아들(19), 고교생 딸(16)을 둔 강 경위는 바쁜 업무 속에서도 가족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자상한 가장이었다. 중부경찰서 신흥지구대장으로 근무하는 그의 친형 강창희 경감(52)은 “동생은 1996년형 누비라 승용차를 아직 타고 다닐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했다”며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꼭 깨어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그가 평소에 책임감이 강해 단속업무에 솔선수범하는 베테랑 교통경찰관이라고 입을 모았다. 순찰팀장이기 때문에 부하 직원에게 지시만 해도 되는 위치이지만 직접 각종 단속업무에 나섰다고 한다. 2003년 경위로 승진한 그는 2009년 10월 우수 경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경감 승진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주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차량번호를 추적해 이날 오전 2시경 운전자 권 씨를 붙잡았다. 음주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 0.076%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와 불구속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시내버스 운전사 홍모 씨(66)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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