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침묵의 장기다. 다른 장기들은 사소한 염증만 생겨도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 간은 이상 징후가 쉽사리 드러나지 않고 문제가 상당히 커진 뒤 발견된다. 간과하기 쉽다.
한국인은 간 질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망 원인 중 5위가 간암이다. 한국인의 5%가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다. 양으로 승부하는 독특한 음주문화도 간 관련 질환을 부추긴다.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방법이 다양하다.
○ 간암 완치는 조기 진단이 관건
간암이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혈액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검사 등을 받는다. 진단이 불분명하면 혈관촬영검사나 조직검사까지 추가된다. 하지만 반드시 조직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간 섬유화 스캔도 간 상태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간 섬유화 스캔은 간이 굳은 정도를 측정해 간 질환의 진행 상황을 알아보는 방법이다. 바늘을 이용한 간 조직검사와 달리 아무런 통증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다. 간이 많이 굳을수록 간 질환 합병증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간암의 위험도도 커진다. 간암도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 확률이 높아진다. 만성 간염, 간경화 환자는 반년이나 1년 마다 간암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 환자 상태 따라 치료 방법 달라져
암 치료는 종양 제거 수술과 항암제 복용으로 나뉜다. 간 기능이 매우 나쁘다면 간 이식도 고려해야 한다. 환자가 종양 제거 수술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고주파 치료 등 국소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수술 못지않게 효과적인 방법이 고주파 열 치료다. 암세포에 주삿바늘로 전류를 흘려서 고주파 열로 간암 조직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암세포가 4cm보다 작고 종양이 3개 이내일 때 효과적이다.
중기 간암 환자에겐 간 동맥 항암화학색전술이 효과적이다. 암 덩어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간 동맥을 찾아 이를 통해 항암약물을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혈관이 막힌 환자에겐 간동맥까지 이어지는 관을 따로 삽입하고 항암제를 투여하는 간 동맥 주입식 치료법을 쓴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간 동맥 주입식 치료는 전신 항암 치료에 비해 독성이 적다. 또 간암세포를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복강경으로 후유증 없이 수술
간 절제술을 하기 전에 암 덩어리가 있는 간 조직을 잘라낸 뒤 남은 간이 얼마나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간 기능 유지 △배에 물이 차지 않고 황달이 없는 경우 △종양이 적은 경우 △종양이 여러 개이지만 몰려 있는 경우 △한쪽 간에만 종양이 존재하는 경우 △종양의 경계가 분명한 경우 등으로 나뉜다. 종양 크기, 위치, 간 기능 등을 고려해서 수술해야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간담췌외과 송태진 교수는 “복강경 수술은 흉터와 통증이 작고 입원 기간도 1주일 이내로 짧다. 장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간 기능이 아주 좋지 않으면 간 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간 제공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후의 방법이지만 병세가 더 악화되면 이마저도 할 수 없어 마냥 미룰 수만도 없다.
○ 협진으로 암세포 완전제거
간암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치료하는 게 아니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더 그렇다. 간 동맥 항암화학색전술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서 치료하기도 한다. 또 수술을 받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방사선 치료 등으로 상황이 호전됐다면 수술을 받기도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소화기내과의 간 전문의와 간담췌외과의 외과 전문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방사선과의 종양학 전문의 등이 유기적으로 함께 진료한다. 여러 진료과목 전문의들이 함께 진료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간암클리닉 인터벤션팀의 정환훈 교수는 횡경막 아래, 종양의 간 표면 돌출 등으로 치료가 매우 어려운 간암도 치료한다. 주변 장기를 다치지 않게 하고 암 세포를 완전하게 제거해낸다. 주요 혈관이 막힌 환자에겐 간 동맥 주입식 치료를 실시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복강경을 이용한 간 절제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고난도의 간 이식 수술도 연이어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간암이 발견되면 암 병기 및 간 기능에 따라 치료 방법을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협진팀은 하나의 관현악단과 같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간암클리닉이야말로 환자에게 이런 치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병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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