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아베 극우공약에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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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아사히신문 “美-유럽도 우려”… 도쿄신문 “국방군 결사반대”
이시하라 “日, 中에 깔보이고 미국의 첩에 만족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이 21일 내놓은 총선 공약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재의 색깔이 입혀지면서 원안에 비해 크게 우경화하자 일본 언론은 일제히 국익 훼손과 이웃 국가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마이니치신문은 22일 “자민당은 8월에 이미 공약 원안을 확정했으나 새로 선임된 아베 총재가 외교·안전보장과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자신의 색깔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고 전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당초 원안에 ‘한정적으로 행사를 용인한다’고 돼 있었으나 ‘행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한층 직접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평화헌법 개정 등 아베 총재의 ‘숙원 사업’도 빠짐없이 포함됐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중국 한국 등 이웃 국가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미국과 유럽도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도 사설에서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는 데 결사 반대한다. 일본이 전후 평화국가로서 걸어온 ‘국가의 형태’가 바뀌어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동아시아 군비 경쟁을 초래해 ‘안전보장의 딜레마’에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 지도자들이 모의 핵실험, 집단적 자위권 확보 등 연일 극우 성향의 발언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대표는 21일 오후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하마(橫濱) 시에서 열린 당 관계자 회의에서 “지나(支那·중국)는 일본을 깔보고, (일본은) 미국의 첩에 만족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본을 좀 더 아름답고 만만찮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만들지 않고는) 나는 죽어도 죽을 수 없다. 그래서 폭주하는 노인이 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20일 이시하라 대표는 일본주재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핵무기 시뮬레이션(모의 핵실험) 정도 하면 된다. 이것이 하나의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단체 잇수이카이(一水會)의 스즈키 구니오(鈴木邦男·69) 고문은 22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와이드 인터뷰에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요즘 우익과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은 천적이 없어진 생태계의 동물 같다. 위세가 등등한 데다 증식하고 있다. 이 상태로는 생태계가 파괴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쿄·베이징=배극인·이헌진 특파원 bae2150@donga.com
#자민당#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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