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이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기지에서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을 포착하고 대북 감시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올해 4월 동창리 기지에서 장거리로켓을 쏴 올렸지만 로켓은 발사 직후 서해 바다로 추락한 바 있다.
23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정보당국은 이달 초부터 정찰위성 등으로 동창리 기지 일대에서 인력과 차량의 활발한 움직임과 발사대 보수공사 상황을 포착하고 집중 감시를 벌여 왔다.
최근엔 장거리로켓 부품으로 추정되는 화물이 열차에 실려 평양시 인근 산음동 병기연구소를 출발해 70여 km 떨어진 동창리 기지 내 조립시설로 이동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이 화물은 위장막으로 가렸지만 올해 4월 북한이 발사에 실패한 장거리로켓을 운반할 때 사용한 것과 같은 크기와 모양인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정찰위성이 촬영한 기지 내 발사대 2곳의 로켓 엔진의 연소실험 흔적 규모로 볼 때 한미 정보당국은 장거리로켓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지만 한미 양국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가동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측이 (실용위성을 계속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들의) 스케줄대로 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고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22일 ‘우주의 평화적 개발 권리’를 강조한 북한 대표의 유엔총회 발언을 소개하며 로켓 발사가 이어질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이날 미국이 위성사진을 통해 산음동 공장에서 미사일 부품으로 보이는 화물이 동창리 기지 내 조립동으로 운반된 사실을 포착해 한국과 일본 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술적으로 북한이 이달 말이라도 미사일 발사가 가능해 한미일 3국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올해 4월 장거리로켓 발사 실패 이후 최근까지 동창리 기지에서 로켓 엔진 성능시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점으로 볼 때 12·19 한국 대선을 노리고 ‘로켓 도발’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한국이 29일경 나로호를 발사한 뒤 북이 평화적 목적을 내세워 대선 직전에 장거리로켓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선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새로 등극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북한 이슈를 최우선 순위로 다루도록 압박하기 위해 북이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도발은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라며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미흡한 대북 지원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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