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결정적인 요인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 막판까지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하지 못한 데 있다. 이날 오후 문, 안 후보 측 ‘단일화 특사’인 이인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약 4시간 동안 담판을 벌였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문 후보의 말이 현실화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안 후보 측은 이날 특사 회동이 결렬된 뒤 브리핑에서 “오늘 대리인 회동에서 여론조사 방법으로 문 후보 측은 ‘양자 가상대결 50%, 적합도 50%’ 안을, 안 후보 측은 ‘양자 가상대결 50%, 지지도 50%’ 안을 각각 제안했으나 두 방식의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며 “남은 것은 두 후보 간 대화와 협의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후보 대리인 간의 ‘특사 담판’에서 문 후보 측은 ‘가상대결+적합도 조사’와 함께 두 후보 측의 제안을 종합한 안(가상대결+적합도+지지도 조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에게 유리한 안”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론조사 방식뿐 아니라 질문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고 배치하느냐를 두고도 양 캠프는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의 ‘가상대결 50%, 지지도 50%’를 ‘문 후보 양보’와 동일하다고 여기고 ‘가상대결 1/3, 지지도 1/3, 적합도 1/3 합산’ 방식을 자체 시뮬레이션한 결과 승산이 있다고 봤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적합도 조사는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후보로서의 안정감이라는 이미지에 좌우되기 때문에 선거 시기가 아니라 평상시 정치인의 자질을 물을 때 사용해야 한다고 봤다.
문 후보 측은 지지도 혹은 적합도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야권후보를 뽑는 조사에 새누리당 지지자가 참여해선 안 된다는 명분과 함께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안 후보를 지지하는 층이 상당수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반면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22일 “역선택 방지를 위해 박근혜 후보 지지층은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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