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사퇴… 朴-文 맞대결 구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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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정권교체 위한 백의종군’ 전격선언 “단일화 대립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다”
대승적 양보로 정치적 도약 발판 마련… 文 “安후보와 安지지자에게 미안하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연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후보 사퇴로 대선을 25일 앞두고 대선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뉴시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연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후보 사퇴로 대선을 25일 앞두고 대선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뉴시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3일 대선후보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이로써 12월 19일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여야, 보수 대 진보의 양자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안 후보의 사퇴로 이뤄진 야권 후보 정리가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 후보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에게 선뜻 후보 자리를 양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선후보직을 던지는 ‘대승적 양보’의 모습을 보였다. 두 차례의 ‘희생’과 ‘양보’ 이미지를 발판으로 삼은 그가 정치 경험을 쌓은 뒤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의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오차범위 내 초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박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이,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있어 이번 대선은 단순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넘어 ‘박정희 대 노무현 대결’이란 성격도 띠게 됐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20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며 “이제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다”라고 밝혔다. 이어 “더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는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에게는 성원을 보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대선후보 등록 전 단일화)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의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라며 ‘정치인 안철수’의 길을 갈 것임을 시사했다.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안 후보를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안 후보의 진심과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염원을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대변인은 “우리 모두가 안 후보께 큰 빚을 졌다”고 논평했다. 문 후보는 금명간 안 후보와 만나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이날 대구·경북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안 후보의 사퇴를 보고받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측근이 전했다. 안형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정치쇄신에 대한 안철수식 실험 노력이 구태정치의 벽에 막혀 무산됐다”고 했다.

이에 앞서 문, 안 후보는 ‘후보등록일(25, 26일) 이전 단일화’를 위한 사실상의 시한인 23일 ‘단일화 특사’ 양자 회동을 통해 담판을 벌였으나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했다. 후보 대리인 간 ‘특사 담판’에서 문 후보 측은 ‘가상 양자대결+적합도 조사’를 거듭 제시했으나 안 후보 측은 ‘가상 양자대결+지지도 조사’로 맞섰다.

조수진·길진균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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