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됐지만 10년 전인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비해 ‘단일화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노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를 누르고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11월 25일 새벽 단일후보로 확정·발표된 직후부터 단일화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당시 동아일보가 단일화 발표 직전인 11월 24일 오후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41.1%의 지지율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37.5%)를 3.6%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의 우세였다. 그러나 단일화가 발표된 후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2.2% 대 35.2%로 격차를 오차범위(±2.6%포인트) 밖인 7%포인트로 벌렸다.
노 후보는 이미 단일후보로 확정되기 전부터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노 후보는 정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의하기 직전인 11월 14일 양자대결에서 이 후보에게 8.2%포인트 차로 뒤졌으나, 15일 밤 단일화에 합의한 뒤 17일 조사에는 2%포인트까지 따라붙었고, 정 후보와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한 다음 날인 23일 조사에서는 역전했다. 당시엔 지지율이 팽팽하던 2, 3위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노-정 후보는 인생역정이나 정치적 행보, 지지세력, 정책 등에서 서로 다른 점이 많아 단일화 합의의 파장이 컸다.
반면 문 후보는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기간에 지지율이 미세하게 오르기는 했지만 판도를 바꿀 정도의 상승세를 타지는 못했다. 이미 10년 전에 경험한 단일화를 다시 시도하는 것이어서 새롭다는 인상도 주지 못했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조사에서도 정 후보 지지자의 절반가량이 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현재 안 전 후보 지지자가 문 후보 지지로 옮겨온 비율과 비슷했다. 2002년 단일화 직후 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이 후보(51.6%)가 노 후보(20.1%)를 압도했다. 문 후보보다 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10년 전에는 단일화 추진 전까지 ‘이회창 대세론’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었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단일화의 효과에 대해 유권자들조차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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