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오늘 사표]항명사태까지 부른 대검 중수부, 어떤 곳이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정-관-재계 거물 비리 전담 검찰내 엘리트-강성 집단
“과잉-정치 수사” 논란 잇달아… “폐지 공감해도 이건 아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자타가 공인하는 검찰 사정(司正) 수사의 상징이자 검찰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다.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정면충돌이라는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은 바로 이곳 때문에 벌어졌다.

대검 중수부는 대규모 권력형 비리 수사와 정치인, 대기업 비리 수사를 전담한다. 2002년 ‘차떼기’로 상징되는 한나라당 대선자금 파문을 수사했고, 2006년 4월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 수사도 이곳에서 맡았다. 올해 4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구속한 곳도 대검 중수부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선망과 자존심의 대상이지만 수도 없이 과잉 수사, 정치 수사 논란에 휘말렸다. 역으로 정치권과 재계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선거 때와 정치권의 개혁 드라이브가 걸릴 때마다 여야 할 것 없이 ‘대검 중수부 폐지’를 입에 올린다. 이번 대통령선거 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될 거라는 전망도 이 때문에 나왔다.

한 총장은 평소 대검 중수부 폐지에 굳은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의 주장처럼 한 총장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대검 중수부 폐지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리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닐지라도 ‘중수부’ 문제가 한 총장의 발목을 잡은 데는 중수부 폐지를 검찰 위기를 벗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 내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 총장이 검찰 내부의 공감을 모으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도모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또한 사표까지 불사하며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 최 중수부장에 대해 감찰까지 실시하면서 반대의 싹을 자르려 했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한 총장의 연이은 무리수는 결국 검찰 구성원들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한 검사장급 인사는 “평소 중수부 폐지에 공감해 왔지만 (한 총장)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 검찰청의 또 다른 검사장은 “중수부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거악 척결’이라는 긍정적인 기능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중수부를 거친 검사들은 스스로 자긍심과 ‘검찰 내 최고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한 총장이 검찰 내 지지 세력이 많은 최 중수부장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 이번 집단적인 반발을 부른 실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항명사태#항상대#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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