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이며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게 되는 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시험 24회)는 ‘검란(檢亂)’을 겪으면서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조직 기강 확립에 주력할 방침이다.
우선은 대선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올 9월 천명한 대로 각 대선후보 진영 간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 사범을 단속하고 적발하는 데 검찰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대 총장이 추진하려고 했던 검찰 개혁은 상당 기간 공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총장은 30일 △대검 중수부 폐지 뒤 특별수사본부 설치 △경찰을 포함한 외부 인사 주도 검찰개혁위원회 설치 △검찰 간부 대상 등 감찰본부 강화 등을 골자로 개혁안을 발표한 뒤 실행에 옮기려 했다. 하지만 대선 관리와 조직 정비에 주력해야 하는 직무대행 체제로는 검찰 개혁의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결국 검찰 개혁의 밑그림은 대선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만큼 개혁은 검찰 자신이 아닌 정치권에 의해 주도될 개연성이 커진 상황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차기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검찰 개혁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총장 사퇴 이후 검찰 분위기는 ‘자숙 모드’가 됐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검사 비리에서 검찰총장 사퇴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대검 간부들도 “앞으로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뼈저린 반성을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직무대행을 맡은 채 차장은 2010년 대전고검장 재직 때 이른바 ‘스폰서 검사’ 파문 수사를 위한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다. 2006년 대검 수사기획관 재직 때는 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때는 대형 기획부동산 사기극인 ‘굿모닝시티’ 수사를 맡아 정대철 민주당 전 대표를 구속했다.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특별수사팀에서도 활동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으로 근무하던 1998년부터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익명으로 장학금을 전달해 오던 일이 2006년 알려져 ‘천사(1004) 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채 차장이 당시 근무하던 사무실이 1004호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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