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49·사법시험 26회·사진)에게 지난달 28일과 29일은 인생에서 가장 피 말리는 이틀이었다. 28일 오후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 본부장에게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공개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 고위간부들은 감찰 착수와 공개 브리핑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한 총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 감찰본부장은 고심 끝에 총장 지시를 따랐다.
공개감찰 발표 후 수원지검 성남지청 평검사들을 시작으로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본격화되고 대검 간부들까지도 한 총장에게 퇴진을 요구하자 한 총장은 이 본부장에게 ‘최 중수부장이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지시에 불응했다. 감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며 문자메시지 내용 공개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한 총장이 고함을 치면서 몰아붙였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한 총장은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자료만 배포했다. 한 대검 간부는 “총장 사퇴 말고는 수습책이 없다는 현실을 이 본부장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검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섰던 이 본부장은 사실 검찰 출신이 아닌 외부 출신이다. 2010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일하다 올 7월 대검 감찰본부장 공모에 지원해 8월 임명됐다. 검사 비위를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자리인 만큼 검찰 간부들과도 거리를 둬 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