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 달간 호주 퀸즐랜드 주, 빅토리아 주 등에서 6건의 한인 강도 폭행사건이 일어났는데도 현지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인 한국인을 탓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호주 청소년 10여 명에게 흉기 폭행을 당해 손가락이 잘리고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장모 씨(33)는 사건 조사를 맡은 빅토리아 주 경찰청 소속 경찰관에게서 “당신이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wrong time, wrong place)”는 말을 들었다. 장 씨는 당시 백인 청소년들로부터 “Asian ×××…” 등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수차례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이미 구속한 한 명에게 무장강도, 집단폭행, 고의 상해 혐의만 적용했다. 인종차별은 적용하지 않았다.
호주는 1995년 인종이나 출신 국가 비하를 범죄로 규정한 ‘인종증오금지법(Racial Hatred Act)’을 제정했지만 실제 적용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생 조모 씨(27)도 지난달 퀸즐랜드 브리즈번에서 백인 청년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지만 경찰에게서 “밤늦게 돌아다녀서 그런 것 아니냐”는 면박을 들었다. 조 씨는 범인이 붙잡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현지 경찰이 계속 “인종차별 범죄 정황은 없다”고 단정 지었다고 전했다.
장 씨는 “처음에 호주 경찰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수사 초기 장 씨에게 “범인 중 한 명이 구속됐고 다른 용의자의 소재를 파악해 조사 중인데 평범한 10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 씨가 주(駐)호주 한국대사관 멜버른 분관을 통해 무성의한 수사를 항의하자 지난달 5일 수사팀장이 찾아와 “먼저 검거한 한 명은 비슷한 전과를 저지른 위험한 청소년이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다른 용의자의 소재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장 씨의 피해 사실이 교민 사회에 알려지자 한 교민은 장 씨에게 가해자의 사진을 담은 익명의 e메일을 보내왔다. e메일에는 가해자들에 대해 ‘이 일대를 무대로 아시아인에게 반감을 보이는 아이들’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가해자 얼굴임을 확인한 장 씨는 사진을 직접 경찰에 건넸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한국대사관 멜버른 분관을 방문한 호주 경찰 간부는 “장 씨가 건네준 이미지 자료는 유용하지만 검거에 결정적이지 않으며 사진 자료만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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