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가신(家臣) 그룹인 동교동계 일부 인사를 포함해 옛 민주당 인사들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멀리는 1971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DJ를 ‘선생님’으로 모셔온 이들은 왜 ‘적진’에 몸을 담았을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쪽에 합류한 한광옥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이윤수 안동선 김경재 전 의원 등은 대표적인 ‘DJ맨’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내놓고 “친노(친노무현)가 싫다”고 이야기한다. 한광옥 전 대표는 4월 민주당 탈당 때부터 친노를 향해 “통합, 화합과는 거리가 먼 한풀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한화갑 전 대표는 3일 방송에서 “친노는 적개심으로 약자를 말살하는 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까지 했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문제 삼는 인사들도 눈에 띈다. 박 후보를 돕고 있지는 않지만 민주당을 탈당한 동교동계의 한 전직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이름만 민주당일 뿐 정체성과 노선이 맞지 않는다”며 “주변에도 이번 대선 때엔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동교동계는 권노갑 상임고문과 김옥두 전 의원 정도. 그러나 이들도 4일 국립서울현충원의 DJ 묘소 참배 모임에서 대선 이야기가 나오자 착잡해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문 후보가 좋아서 남아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문 후보는 9월 대선후보 선출 직후부터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를 표방했지만 캠프는 여전히 친노 핵심 몇몇의 주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재천 이춘석 의원 등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들은 아직까지도 중앙선대위의 직함 하나가 없고, 옛 민주당 출신 당직자들은 대부분 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한 당직자는 “이번 대선 구도는 어떻게 보면 친노 고립구도인 셈”이라고 걱정했다.
문 후보 캠프는 4일 안철수 전 후보 사퇴 이후 비상체제로 운영돼온 캠프를 선대본부장 체제로 개편하고 상임 선대본부장에 김부겸 전 의원과 박영선 이인영 의원 등 3명을 임명했다. 모두 친노 색채가 옅은 인사들이다. 미지근한 안 전 대선후보를 어떻게든 끌어들이기 위해 안 전 후보가 ‘계파’로 지목한 친노 인사들을 뒤로 뺐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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