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객이 선택한 개별약정… 대출금리 인하 등 혜택 받아”
9월 신협소송 판결과는 상반
부동산 담보 대출자가 국내 시중은행을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달라고 낸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은행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고영구)와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우재)는 “은행이 대출자에게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줄 책임이 없다”고 6일 판결했다. 대출자 318명은 “대출 계약을 맺을 당시 근저당 설정비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한 표준약관은 불공정한 조항이므로 당시 냈던 비용 7억2800만 원을 돌려 달라”며 국민은행 농협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고객이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하면 은행은 대출금리와 중도상환 수수료에서 혜택을 줬기 때문에 이는 표준약관이 아니라 개별약정에 따른 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이 개별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원고 중 40%는 은행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계약한 점을 고려하면 당시 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 게 아니어서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근저당 설정비를 고객이 부담할지 선택하도록 한 표준약관이 고객에게 불리하다고 보고 이를 개정해 금융회사가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은 “그동안 금융계가 근저당 설정비로 고객에게서 받은 부당이득이 약 10조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전국 각지 법원에 수백 건의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경기 부천시의 한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한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근저당 설정비의 반환 책임이 은행 측에 있다고 인정한 9월 판결과 상반되는 결과라 향후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결은 대출자에게 금리인하 등 혜택을 주지 않아 계약 자체가 불공정했다고 인정됐다”고 말했다. 근저당권 설정 비용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내야 하는 등록세, 교육세, 신청 수수료 등으로 보통 1억 원의 대출을 받게 되면 약 70만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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