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열다섯 살 되던 해(1965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27년 뒤인 1992년, 불혹의 딸은 그 아버지와 함께 그래미상 시상식에 섰다. 이어지는 부녀의 열창. “잊을 수 없는 사람, 그게 바로 당신이죠(Unforgettable, that’s what you are).”
지금 보면 초보적 수준이지만, 1990년대의 컴퓨터 기술은 고인이 된 아버지(냇 킹 콜)와 딸(내털리 콜)이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할 수 있게 했다. ‘언포게터블’의 뮤직 비디오는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정말로 두 사람이 함께 노래를 하는 것 같다는 찬사와 함께. 부녀의 열창을 담은 뮤직비디오는 진정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선사한다.
내털리 콜은 1970년대 가수로 성공을 거뒀지만 음반 판매 부진과 약물 중독으로 우울한 1980년대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80년대 후반 재기했고, 아버지의 히트곡을 다시 부른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몇 년 후에는 아버지와의 또 다른 듀엣곡 ‘웬 아이 폴 인 러브(When I fall in love)’로 다시 그래미상을 받았다.
2000년대 초, 콜 부녀의 것과 비슷한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아시아에서 선을 보였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의 숨겨졌던 사연을 담고서 말이다.
그 주인공은 세계적인 액션스타 청룽(成龍·성룡)과 ‘아시아의 가희(歌姬)’로 불렸던 대만 출신 가수 덩리쥔(鄧麗君·등려군). 젊은 시절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엇갈린 운명으로 맺어지지 못했다. 대만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성룡은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등려군은 내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했다. 그에 반해 린펑자오(林鳳嬌·임봉교, 현재 아내)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주변의 의견에 휩쓸려 등려군과 헤어졌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등려군은 1995년 태국 여행 중 갑자기 사망했다. 그녀를 잊지 못한 성룡이 콜 부녀의 듀엣과 같은 형식으로 내놓은 노래가 바로 ‘내겐 당신밖에 없어(我只在乎)’다. 두 사람의 모습이 애틋해 보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형님, 정말 그래도 되는 거요?”
도움말=리이팡(李怡芳) 씨(대만 타이베이)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바로잡습니다]본보 12월 8~9일자 B4면
◇ 8~9일자 B4면 [O2/LIFE]저세상에서도 천룽의 사랑고백을 받은 여인 기사 중 덩리쥔과 청룽의 노래 제목을 ‘내겐 당신밖에 없어(我只在乎)’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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