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시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과거 4차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2차례는 사전에 발사 기간을 예고했고, 2차례 모두 이 기간에 로켓을 발사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기술적 결함’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8일 로켓 발사 준비를 최종 점검하는 단계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갑작스레 준비를 중단했다는 구체적인 징후가 포착됐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측이 로켓 실무부서인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의 입을 통해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시기 조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정치·외교적인 이유로 발사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라면 국방위원회나 외무성에서 발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올해 4월 로켓 발사는 김일성 100회 생일(4월 15일)을 기념한다는 상징성이 강했지만 이번 발사는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맞아 그의 업적과 직결되므로 기술적으로 완벽을 기하려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기술적 결함에는 한반도에 몰아닥친 한파가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뒤 펴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분석 보고서’에서 “바람 기압 기온 등 기상 요건이 북한 미사일의 엔진성능과 정확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전문가들도 겨울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시베리아 북서풍의 영향으로 궤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나가타 하루노리(永田晴紀) 홋카이도대 교수는 “겨울에는 미사일 내부 공기의 수분이 추위로 얼어붙으면서 전자기기 케이블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의 예상보다 강한 대응에 북한이 한발 물러섰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첫 외교 시험대인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연일 “신중히 행동하라”며 북한을 압박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이전과 다른 수준의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 로켓 발사 연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압박은 북한 내부의 갈등을 촉발했을 수 있다. 김정은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려 한 것은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의 강한 반발은 협상을 중시하는 온건파에 힘을 실어줬고, 김정은이 고민 끝에 발사 연기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처음부터 한·미·중·일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발사를 준비하는 것처럼 연출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내부 매체들은 로켓 발사 예고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았고, 4월과 달리 외신기자들도 초청하지 않았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미루더라도 북한은 이미 로켓 발사 예고를 통해 한·미·중·일의 권력 교체 속에 잊혀지다시피 했던 북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를 연기하면 올해 안에 발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한·미·중·일의 새 정부가 대북 정책을 점검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북한은 이를 지켜보다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발사 여부를 결정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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