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체육관 앞 유세에서 “새 정치는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이 필수적이다. 정치개혁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자신이 강조해 온 새 정치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는, 기득권 포기를 먼저 실천함으로써 새 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 한 것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백의종군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광주 전주에서 진행된 안 전 후보의 유세에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각각 2000여 명의 시민이 몰렸다. 안 전 후보는 “문재인 후보께서 새 정치를 위한 국민과의 약속을 하셨다. 그 약속을 꼭 지키시리라 믿고 아무 조건 없이 도와 드리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유세 3일 만에 처음으로 마이크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안 전 후보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투표 독려 문자메시지 보내기’ 캠페인도 시작했다. 안 전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손으로 사랑의 하트를 만들면 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시민들이 ‘투표하자’라는 메시지와 함께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내는 방식이다. 안 전 후보가 이르면 12일 TV찬조연설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후보의 이날 임명직 포기 발언은 새누리당이 문-안 연대를 ‘권력 나눠먹기’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논쟁의 싹을 자르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문 후보는 거국내각과 함께 책임총리제 실현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당선될 경우 ‘문통안총(문재인 대통령-안철수 총리)’ 체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런 관측에 안 전 후보가 직접 쐐기를 박은 것이다. 또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에게 집권 시 임명직 포기 선언 등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발언이 문 후보의 ‘공동정부’ ‘거국내각’ 공약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문 후보의 제안을 안 전 후보가 거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가 ‘문재인판 대통합 내각’에 부정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안 전 후보 지지층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이 안철수 중심의 독자세력 구축에 방점이 있는 대선 후를 노린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많다. 임명직을 맡지 않되 선출직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라는 것. 문 후보가 전날 “(집권 후) 새 판을 짜겠다”, “국민정당으로 가겠다”라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맞물리면 정계개편 가능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안 전 후보로서는 대선 후 재·보궐선거 또는 정계개편을 통한 세 규합이 자신이 구상하는 새 정치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 주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또 선출직 진출은 그의 약점으로 거론된 일천한 정치 경력 극복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안철수의 국민정당론 시나리오는 민주당의 틀을 완전히 깨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 후보 측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신당이라고 하면 자꾸 분당을 생각하는 트라우마 같은 게 있다”라며 “민주당을 쪼갠다거나 하는 게 전혀 아니고 민주당이 더 풍부해지고 커지고 쇄신되는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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